화창하고 밝은 하늘과는 다르게 김이 잔뜩 서린 목욕탕에 들어선 이 기분. 눈앞이 흐리다. 손을 들어 검지손가락을 눈에 가져다가 눈알이 짓이겨지듯 좌우로 문지른다.
전혀 차도가 없다. 시력검사를 하듯이 손바닥으로 오른눈부터 가려본다. 왼쪽눈은 잘 보인다. 손을 바꾸어 왼쪽눈을 가려본다.
'이쪽이구나, 왜 그러지? 이러다 낫겠지. 모~' 흐릿한 눈, 선명하지 않은 눈으로 답답한 하루를 겨우 버텨냈다.
혈관주사가 우리 병원의 인기비결 중 하나인데 하마터면 주사도 못 놓을뻔했다. 긴장되는 하루 속에서 퇴근을 맞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고 나면 나을 거란 근거 없는 담담함이 내 안에 가득했다.
다음날 아침, 결국 일이 터져버렸다. 두 눈이 전부 흐리다. 출근을 해야 되는데 운전이나 할 수 있을지, 아이들 등교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걱정과 염려가 줄기차게 찾아왔다.
다행히 제시간 안에 출근을 했다.
출근 후, 원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병원 근처에 있는 안과로 달려갔다. 아침 일찍이라 진료를 보는데 어려움은 그다지 없었다.
간호복을 입고 대기실에 앉아, 오고 가는 어르신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병원일을 해도 아플 수 있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가 보인다. 눈알을 굴리는 소리가 날까 봐 이미 확인한 휴대폰의 카톡창을 열었다 닫았다 하길 수십 번.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로 후다닥 뛰어들어갔다.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 눈이 왜 이런 건지 진실을 알고 싶었다. 눈을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구 앞에 앉아 턱을 가져다 대고 이마를 댔다.
한참을 들여다보시더니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신다.
의사 선생님의 고민이 느껴지는 고개의 갸우뚱거림, 애매하다 못해 심각해지는 표정, 빨라지는 손을 보니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