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한참 쳐다보았다

첫 줄 던져주기로 만들어가는 글

by 박현주

'와~이거 장난 아닌데'

엎어진 필통이 뱉어놓은 펜과 연필, 지우개, 자가 가방을 어지럽히고 있다.
매일 해야 하고 해내야 하는 일들, 새롭게 주어진 일들, 계획했던 일들이 줄지어 서있다.

널브러진 문구류를 정리하다 보니 내 마음과 닮아있어 기운이 쫙 빠지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움직여야 되는데 손가락하나 까닥하기 싫다.
그 와중에 책을 읽겠다는 핑계를 내세우며 커피 한잔을 준비해 본다.




문구류를 마저 치우다 보니 눈치 없이 끼여있는 파운데이션하나. 책이 없을 때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이북리더기, 쭈그러진 공책 한 권이 눈에 들어온다.

뷰티에 큰 관심은 없지만 분칠은 예의라고 생각하는 중년이 되어간다는 사실, 종이든 전자든 책은 언제나 내 친구라는 사실, 펜과 노트면 무엇이든 끄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한다.

나이 듦의 서글픔도,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유도 모두가 내 것인데 감사하다가도 슬프고, 서글프다가도 기쁘다는 건 내 감정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게 아니라 파도가 친다는 것이다.
'왜일까? 왜 그럴까? '

오늘은 가방 속을 들여다보듯 나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
나도 모르게 내 속에 들어와 나를 갉아먹고 있는 좀 같은 마음을 찾아내고 알아봐 주고 싶어졌다.

글을 쓰다 보니 나를 조금 더 직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복잡했던 내 가방이 말끔해졌듯이 내 마음도 얼른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