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등굣길에 딸과 피구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엄마, 우리 반 잘해서 오늘 5반이랑 준결승해요" "오~대단한데~~ 잘해서 1등 먹어버려!!" "나는 공이 미끄러워서 잘 못 받아요. 피하기는 잘하는데. 친구들이 나 피하는 거 보면 맨날 웃어요. 내가 몸을 정말 잘 구부려서 피하거든요. 어젠 끝까지 남았다가 엉덩이에 텅 맞아서 끝났어요. 어찌나 부끄럽던지 얼른 나왔어요. 우리 반엔 공을 잘 피하는 애, 공격을 잘하는 애, 공을 잘 받는 애가 잘 나누어져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렇구나. 안 다치게 잘해. 파이팅!! 엄마도 어릴 때 피구 많이 했었는데 피하기만 잘했어. 효수가 엄마 닮았나 보다. 엄마는 피구도 많이 했지만 소프트볼을 정말 많이 했어. 갑자기 옛날 생각나네. 엄마 진짜 잘했거든"
내 이야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딸아이의 얼굴에서 옅은 미소가 피식 새어 나온다. '진짠데...'
"탕!!" "뛰어~뛰어~"
야구방망이로 원을 그릴만큼 크게 휘두르고 잘하지도 못하는 달음박질로 홈베이스까지 밟았다. 홈런이다. 잘했다며 격하게 맞아주는 친구들의 환호성이 지금도 귓가에서 웅웅대는 것 같다.
내 달리기 실력은 잼뱅이지만 운동신경은 남다른듯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시절, 소프트볼 경기를 할 때면 보통 2루타까지, 홈런도 간간이 날려주는 타구실력을 갖고 있었다. 팔힘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았다. 팔씨름도 1,2위를 다퉜으니 말이다.
그랬던 내가 팔힘이 적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인정받던 계기가 있었다. 고등학생시절, 체육선생님과 친밀하게 지냈던 터라 점심시간에 테니스를 종종 배웠다. 몇 번 랠리가 이어지니 선생님께서 투포환선수를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투포환이요? 안 할래요~~" 어린 생각에 투포환이라는 운동은 투박스러운 느낌, 내 기준에서는 운동이 아니었다. 운동은 내가 갈길이 아니라 여기며 투포환선수 권유를 들은 이후로 운동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투포환선수를 권유받은 유일한 학생이었던 나는 팔힘이 센 학생으로 낙인이 단단히 찍힌 체 졸업을 맞이했다.
아이와 하던 이야기가 마중물이 되어 어릴 적 나를 소환했다. 10대의 나와 40대의 내가 만나 지나간 시간들을 끄집어내 곱씹어보았다. 그때도 적지 않은 키, 적당한 몸매로 보기 좋게 튼튼했다. 2년 전만 해도 운동한 적이 있냐고 종종 묻는 분들이 계셨던 것만큼 몸하나는 탄탄했는데,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 늘어진 뱃살이며 마동석 배우님도 울고 갈 팔뚝, 신랑이 부러워하는 하체까지 10대의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다.
본격적으로 운동과 식단조절이 들어간 지 사흘째다. 사흘이 늘 고비인데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
외관상 전혀 알아채지 못하지만 몸무게도 800g이나 줄었다. 신랑에게도 최후의 다이어트라고 선포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라고 엄포를 놓았으니 이제는 물러설 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