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많이 알고 있다는 건 착각이었다

쉬는 것과 노는 것의 차이

by 박현주

주말다운 주말을 보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까마득하다.
일을 해야 했고 신랑 일을 도와야 했다.
현장도 주 5일 근무가 많아져 주말출근이 거의 없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신랑이 출근을 했다.
보통 신랑이 있는 주말에는 신랑스케줄에 맞추어 움직였다. 나는 참으로 좋은 와이프인 것 같다. 잘 맞춰주니 싸울 일도 크게 없었다. 싸움이 없다 보니 새콤달콤한 맛은 없고 늘 밍밍한 맛으로만 사는 것 같다.
그냥저냥 무탈하고 무난한 게 나는 좋은데 신랑은 어떨지 모르겠다. 갑자기 급 궁금해진다.

갑작스레 생긴 시간이라 어찌 보낼까 고민에 고민이 이어졌다. 보통은 전날에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데 갑작스러운 공백에 머리가 바빠졌다.

일단 그림책준비 중이니 그것부터 조금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았다. 어쨌든 5월 말까지 완성해야 되는 일이라 마음이 조급하다. 그림이 16장이 필요한데 이제야 끝이 보인다.
창작이란 정말 쉽지 않다. 왜 창작을 출산에 비유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짧은 글밥인데도 퇴고하고 또 하고, 또 하게 된다. 쉬운 듯 어렵고, 가벼운 듯 무겁다. 쉽지 않다.

오전에는 그림과 퇴고로 가득 찬 시간을 보냈다. 크게 내세울 건 없지만 무언가를 생산해 냈다는 것에 기뻤다. 어김없이 오늘도 자뻑에 취했다.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나서 배를 두드리고 누워볼까 하다가 무작정 엉덩이를 들었다. 쉬게 되면 끝도 없이 늘어질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기에 설거지며, 화장실청소까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였다.

지인인 J언니 말처럼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도 될 만큼 최선을 다해 묵을 때를 벗겨냈다. 속이 후련했다. 꼭 내 몸 안에 묵은 때를 걷어낸 느낌이었다.

너무 열심을 냈나? 녹초가 되어 몸은 시들시들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주말이기도 하고 용을 썼으니 좀 쉬면 되는 거였다.
쉬면 되는 것을 잠시도 못 쉬고 응가 마려운 멍멍이처럼 안절부절이다.
잠시 멍도 때려도 좋고, 차를 한잔 마시는 여유를 가져도 되는데 쉰다는 것이 꼭 큰 죄를 짓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해져 온다. 왜 그럴까?

나는 쉬는 걸 쉰다고 생각하지 않고 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잘 쉬는 사람이 멀리 갈 수 있는 거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쉬는 거랑 노는 것을 구분 짓지 못하는 것 같다.

괜스레 서글퍼졌다. 나를 채찍질해 대는 걸로 모자라 걷어차는 느낌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길어져 갈 때쯤 신랑이 퇴근을 했다. 이어지던 생각들도 그제야 댕강 끊어졌다.
나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큰 오산이었나 보다.
나란 사람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번기회로 쉬는 것과 노는 것을 제대로 알려줘야겠다.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들이 파고든다.


창문을 타고 넘어 들어오는 개구리울음소리가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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