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꾸준하게 하는 것이 있는가

꾸준함의 기준

by 박현주

이른 저녁을 먹고 신랑과 함께 보문호수를 찾았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욱 싱그럽고 상큼한 기분까지 들었다.
늘 오던 곳인데도 새삼스럽게 멋져 보이는 건 무성해진 나뭇잎 덕분인지, 나무향기를 몰고 온 바람 때문인지 모르겠다.
시원한 바람에 넘실거리는 초록빛 나무들도 이쁘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저녁 하늘도 반가웠다.





얼마나 걸었을까?
2년 전까지 같이 일했던 간호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법을 알려주셨던 분이고, 여러모로 배울게 많은 분이었다.
그분 덕분에 사람이 되어갔다. 고마움과 감사를 늘 품고 사는 분 중에 한 분이다.
전화가 울리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받았다.

여전히 운동을 하고 계셨다. 주말이라고 늘어지지 않으셨다. 그런 모습은 처음 만난 그날부터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운동도 나를 만나기 전부터 쭉 해오셨고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 하고 계신다.
러닝, 배드민턴, 필라테스, 등산등 못하는 운동이 없고, 안 하는 운동이 없다.

그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운동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해오고 계신다.
꾸준하게 무엇을 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꾸준함이 1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하다. 여전히 존경하고 또 존경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 선생님처럼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알 수 없던 신랑은 아무렇지 않게 지인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몇 달 뒤, 출산 때문에 퇴사하는 간호사가 있는데 그분 대신 내가 와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는 거다.
경력자가 와주면 좋겠다는 말까지 더하며.

다시는 병원으로 일하러 가지 않겠노라 그렇게 큰소리를 뻥뻥 쳤는데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진짜 나도 노답이다'

나만 생각하면 병원일은 너무 좋다. 적성과도 맞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아마도 혼자였다면 몸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한다고 했을 것 같다.
지금은 나만 생각할 수만 없는 입장이니까, 엄마이니까 고민이 된다.

일단 지금 누리고 있는 시간적 자유가 너무나 좋고, 지금의 내 일도 소중하기에 긍정적인 대답은 전하지 않았다.


오늘일만 들여다봐도 꾸준함은 내 옷이 아닌 것 같다.
늘 바라고 고대하는 게 꾸준함인데 왜 안 되는 걸까? 욕심이 많아서? 새로운 것들에게 흥미를 빼앗겨서? 금세 질려서?

지금까지 나에게 꾸준함이란 무엇이었을까?
지금 하고 있는 '바느질'이 전부였다.
태교로 시작했으니 자그마치 17년이다. 이 정도면 꾸준하다는 명함을 내걸 수 있을까?
꾸준함의 기준은 어디까지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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