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부터 자고 일어난 신랑의 눈두덩이는 밤새 실컷 먹은사람마냥 부어있다.
걱정도 됐고 쉬는 날이라 잘 됐다 싶어서 건강검진이나 받으러 가자고 했다.
병원이라면 질색팔색하고 귀찮아하던 신랑이기에 큰 기대 없이 던진 말이었는데 바로 수긍했다.
그 모습을 보니 자기도 내심 눈이 붓는 게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OK 사인이 떨어지자 건강검진센터를 검색했다.
경주에 새로 생긴 건강검진센터가 있는데 8시부터 시작이라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갔다.(배고픔을 조금이라도 빨리 달래주기 위해)
전화가 연결 안 되는 찝찝함을 안고 무작정 달려간 그곳은 깜깜했다.
진료 중이라 떠있는 네**를 탓하며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돌아가는 길, 아는 동생이 있는 내과에 연락을 했고 바로 오라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진즉 이리로 올걸'
배고픔을 지독 시리 힘들어하는 신랑을 보니 좌불안석이었지만 금방끝날 거라며 다독였다.
접수를 하고 혈압을 쟀다.
혈압약을 먹는 신랑은 정상. 나는 134/89였다. 1분 정도 지났으려나? 나는 겁에 잔뜩 질린 채 혈압계 앞에 다시 앉았다. 비슷하게 나온 혈압수치를 보자 심장이 나대기 시작했다.
"원래 혈압 높았어요?"
"아뇨, 원래 110대로 나오는데요."
"아, 그럼 좀 있다 저 안에 있는 기계로 다시 잴게요."
신체치수측정, 청력과 시력검사, 소변검사, 혈액검사, 방사선검사를 마치고 진료실 앞으로 갔다.
검사를 받는 내내 온통 혈압 생각뿐이었다.
'왜 그러지? 그럴 리가 없는데? 살이 쪄서 그런가? 아니야, 아닐 거야. 기계오류던지, 오자마자재서 그럴 거야. 진짜 높으면 어쩌지, 에휴."
머릿속에는 불안과 긍정이 오고 가며 나를 흔들고 괴롭혔다.
이 병원에는 3분의 원장님이 계신데 한분은 휴가 중이시고 한분은 검사 중이시라 대기인원이 많았다.
덕분에 한참을 앉아 대기해야만 했고, 아는 동생과 이야기할 시간도 있었다.
내시경은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둘 다 고개를 내저었다. 무서웠다.
어떻게 그냥 할 수 있냐며 나는 뒤에 와서 수면내시경을 하겠노라 이야기했다. 단호했던 나와는 다르게 신랑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불편한 것도 없는데 굳이 할 필요 있나?"
"그래도 해봐라, 또 언제 하긋노"
"그러까? 아니다. 말란다. 뒤에 하지 모."
한참을 이랬다 저랬다 하더니 결국 내시경은 다음에 하기로 결정했다.
나나 신랑이나 쫄보라 이런 면에서는 약하다.
다음 휴무 때 손잡고 오자며 우스갯소리로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원장님과 면담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듯했다.
다시 혈압을 재보라는 간호사의 지시에 심장이 또 날 뛰기 시작했다.
혈압계 앞 둥근 의자에 앉아 팔을 넣고 버튼을 누르기까지 오만생각들이 오고 갔다.
파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둥근 버튼을 눌렀다.
팔을 점차 쪼여오는 커프의 느낌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한참을 쪼이더니 단숨에 풀어지는 커프, 동시에 뜨는 화면의 숫자를 보자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106/84, 거봐! 나 혈압 안 높다고~"
격양된 목소리로 신랑에게 당당하게 소리쳤다.
다시 한번 큰 숨이 쉬어졌다.
불안이 가시며 다행이라는 마음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곧 원장님의 문진을 끝으로 건강검진 1차를 마쳤다.
혈압하나에 기분이 그렇게 좌지우지되면서 건강 챙길 생각은 왜 그리 안 했던 것인지, 병원방문 이후로 철저히 반성하게 되고 깊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봐도 건강을 잃은 후에 후회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머리로는 아는데 행동까지 이어지지 않는 게 모든 이들의 공통된 걱정이었다.
누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움직이고 내가 챙겨야 된다.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담 내가 변하고 움직여야 된다.
그렇다. 오늘은 내 삶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지금 이 순간을 어찌 보내느냐에 따라서 내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정신없이 살던 내게 검진은 정신을 번뜩이게 해 준 고마운 수단이 되었다. 잘하자. 제발.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와닿는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