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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Dec 30. 2022

난 좋은 엄마가 아니다

격하게 공감하고 싶다

중2  아들과 한판 했다. 거센 태풍이 휘몰아치고 지나간 것 같다.

겨우 잠잠해진 마음을 다잡고 글을 써 내려간다.

 아들은 올해부터 학교관악부에 들어가게 됐고 트롬본을 배우고 있다. 물론 본인의 의지였고 선택이었다.

교통편이 불편해 늘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간다.


어제는 차에 타자마자,

"관악부 안 할래요"

"왜?"

"그냥, 하기 싫어졌어요"

"그냥이 어디 있니? 하기 싫어진 이유가 있겠지. 선생님이 혼내시더냐? 아님 형들이 괴롭히더냐?"

"아니, 그냥 싫다고요"


그 이후로 여러 번 되물었으나 대답은 한결같이 싫다고만 했다.

집에 와서는 답답했던지 자전거를 타고 오겠다고 나가더니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

그리고는 저녁 내내 한숨을 내뱉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의 짜증 섞인 한숨이 내 인내의 문을 박살내고 쳐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아들을 불러 앉혔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말을 해야 알 것 아니냐고 닦달도 했다가, 타일러도 봤다가, 화도 내면서 한 시간을 무슨 정신으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말하는 동안 아들은 알아듣는지 마는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닭똥 같은 눈물만 뱉어내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다가

"다른 악기들은 다들 여럿이 하는데 트롬본은 혼자라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서 해야 되고 너무 부담스러워요"

"왜 그걸 지금 얘기하냐고, 엄마가 수십 번 물었을 때 왜 하기 싫다고만 하고 솔직하지 못했냐고, 나는 그게 더  화가 난다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힘들었구나, 그것도 모르고...'


마음은 애처로웠으나 입으로는 솔직하지 못한 아들을 혼내고 있었다.

마음을 몰라줬던 미안함에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려 하니 얼굴을 돌려버린다. 아휴.

저녁도 안 먹고 잔다고 들어간 아들에게 미안함이 가득했다. 나도 저녁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 아빠가 퇴근했다. 아들을 찾는 아빠에게 있었던 일을 전했고 마침 화장실 간다고 자다 깬 아들을 아빠가 불러 앉혔다.

"엄마가 혼냈다며? 하기 싫더나? 하든지 말던지는 너의 선택이야. 그래, 힘들 수는 있지.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니. 아빠도 일하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겠니? 그래도 20년 가까이 계속하고 있잖아. 때로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거든. 며칠 힘들었다고 그만둬버리면 그 자리에 다시 누군가가 대체돼야 되고 그러다 대체도 안되면 관악부 소리가 완벽해지지 않잖아. 이것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건데, 힘들다고 홀라당 그만두면 않되지 않을까? 5일 졸업식날 연주가 끝나면 하루종일 연습하는 것도 끝난다니 그때까지만 네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보지 않을래? 지금  네가 배우는 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친구들도 있을 거야. 그런데 학교에서 이렇게 배울 수 있다니, 너무 좋은 기회 아니니? 어느 악기든 악기를 다를 줄 안다는 게 얼마나 멋있는 줄 아니?

조금 힘들다고 그만두고, 또 저거 하다 힘들다고 그만두고, 그러면 너는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될 텐데  아빠는 네가 그러지 않길 바라. 이게 고비일 수 있는데 이것만 견뎌내면 또 좋아지는 날이 올 거야"


아빠는 역시나 달랐다. 다독거리는 말투로 아이의 생각을 물으며 억지로는 하지 마라고 한다.

나는 답답함에 소리나 지르고 공감은커녕 이해도 못하는 다혈질엄마였다.

'얼마나 화나고 속상했을까? '

짜증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신랑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자꾸만 쥐구멍을 찾고 싶어졌다.


'나랑 같은 뜻의 이야기인데, 토씨하나 안 틀리고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왜 그렇게 밖에 말을 못 했던 거지?'



둘째가 나에게 한 번씩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엄마는 공감을 왜 이렇게 못해줘? 오은영선생님한테 가서 좀 배우고 와"라는 말을 심심찮게 했다.


'내가 그렇게 공감을 못하는 건가?'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자책하게 된다. 왜 내가 이렇게 사악해졌는지, 왜 이렇게 감정이 메말라가는지 정말 모르겠다.

참을 인을 가슴으로 엄청나게 새기며 살고 있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질타거리를 꾸역꾸역 참아가며 좋은 엄마 코스프레를 한다고 하는데도 왜 칭찬은커녕 아이들에게 혼내는 엄마, 공감 못하는 엄마가 되었을까?


나는 나의 엄마랑 나를 한 번씩 비교도 해본다.


'우리 엄마는 안 그랬는데, 나는 왜 이러지?'


나는 아직도 모자란 엄마고 미성숙한 엄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렵고 힘들다.

좋은 엄마는 못되더라도 공감하는 엄마는 되고 싶다.

공감하는 엄마가 되면 좋은 엄마라는 수식어는 따라오게 될 텐데.


공감을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찾던 중 책중에 '심리청백전'이란 책을 찾았다.

사람 마음을 알고자 하면 이 책이 딱이란다. 심리를 운동회 청백전 개념으로 신박하게 풀어냈다 하니 조만간 읽어볼 참이다.

나는 아직도 성장해야 하는 엄마이고 배워야 하는 엄마이다.

아이들에게 공감 잘해주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다.

등 돌리고 피하게 되는 엄마 말고, 언제든 편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따뜻한 엄마로 남고 싶다.


오늘 저녁은 아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애정하는 고기반찬으로 대신해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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