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녁식사가 첫 식사였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바로 작업실로 향했다. 컨테이너 한 칸이지만 나에겐 숨 쉴 구멍이 자 나를 성장시켜 주는 꿈의 공간이기도 하다.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시작했다. 바자회에 보낼 테이블보를 만들고 남은 것도 마무리 지었고, 앞전에 만든 클러치백도 주문이 들어왔다. 쉼 없이 바느질을 하다 보니 점심때도 훌쩍 지나 2시가 넘어있었다. 배고픔도 잊을 정도로 바늘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5시쯤 아이들이 하교를 했다. 그때쯤 신랑은 밀면이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콜을 외치며 함께 밀면집으로 향했다.
모두가 물밀면을 먹을 때 나는 물비빔을 먹었다. 비빔보다 국물이 있고 물밀면보다 더 진한 맛이 있다.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딱 내 스타일의 메뉴라 나는 이것만 고집한다.
그뿐만 아니라 불향이 나는 고기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오늘은 일찍 나서서 그런지 손님이 2 테이블뿐이었다. 몇 달 전 방송을 타는 바람에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뜨겁던 열기가 조금은 수그러들어 오랜만에 찾았다.
첫 입에 새콤한 맛이 침샘을 자극하고 알맞은 매운맛과 달콤함의 조합이 일품이었다. 숯불향을 머금은 고기까지 함께 먹으면 멈출 수가 없다. 한 그릇 시원하게 먹고 나서 무료로 재공 되는 뜨뜻하고 구수한 육수 한 사발 마셔야 끝이다. 완벽했다!
물비빔밀면&육수
첫 끼라 그런지 숨도 안 쉬고 먹은 것 같다. 후루룩, 든든하게 한 사발하고 집으로 가려고 시동을 켜는데 신랑이 또 노래를 한다. 바다 가고 싶다고, 바다 보고 싶다고.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는 아들의 양보를 받고 나서야 바다로 향할 수 있었다. 불국사에서 문무대왕릉까지 오래 걸리지 않아 가끔 갔었는데 신랑과 아들 덕분에 오늘도 바다구경을 할 수 있었다.
비가 온 뒤라 구름도 가시기 전이고, 해가 지려고 해서 그런지 어둑어둑한 느낌도 있었다. 아이들은 차에 있겠다고 했고 신랑과 단둘이서 모래밭과 자갈밭을 걸었다. 문무대왕릉을 바라보며 파도소리에 귀도 기울이고 잠시 멍 때리는 시간도 가졌다.
하루종일 일하느라 밥도 잊었던 나를 토닥여주는 것만 같았다. 파도소리에 자갈이 구르는 소리가 오늘은 왠지 내 귀를 간지럽히는 것만 같아 미소가 지어졌다. 시원한듯한 바람이 불었지만 그 바람이 가볍지 만은 않았다.
문무대왕릉이 보이는 감포바다
그런 날이 있다. 하루 중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은 날, 나에게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그럼에도 할 일이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이 선물처럼 다가온 오늘이 나에겐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