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큰 행복인 바느질과 오늘도 함께했다. 오래간만에 허리치마를 만들었다. 나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해 준 공이 제일 큰 아이이기도 하다.
아끼던 원단을 꺼내 들었다. 30수(숫자가 클수록 얇고 부드럽다. 10 수부터 60수까지 다양하다.) 바이오 워싱코튼원단이라 그런지 보드라운 감촉이 기분을 좋게 해 줬다. 포인트로 들어가 있는 빨간 튤립은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허리치마라서 허릿단, 허리끈, 치마 부분으로 나누고 본뜨기와 재단에 들어갔다. 끈은 다리미로 다려서 끈모양을 잡아줬고, 허리 부분에는 힘이 없으면 허리끈을 묶을 때 쭈글쭈글 해져서 보기 싫기 때문에 심지도 덧붙여줬다.
치마단은 주름이 들어갈 부분을 그려주고 시접을 정리한 후 합체에 들어갔다. 허리끈을 시작으로 허릿단도 만들었고, 치마단도 연결시켜 주었다. 보드라운 원단이다 보니 다루기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오랜만에 만드는 치마라 그런지 힘든 것도 모르고 만들었다.
바느질이 끝났다. 허리치마는 주름이 생명이기에 각을 잡아 다림질을 했다. 다림질이 마무리단계이다 보니 들뜨고 설레기 시작했다. '그래, 허리치마 만들 때 가슴도 이렇게 뛰고 행복했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만들었구나.'
몇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허리치마를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허리치마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던 그 시절의 향기,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주던 언니들의 목소리와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많은 분들의 응원으로 여기까지 왔다. 혼자였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넋을 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함께라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함께 나눈 그 모든 시간에게 감사했다.
장마라더니 푸른 하늘, 맑은 날씨에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네킹에 옷을 입혀 이 각도, 저 각도로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생각보다 이쁘게 나오지 않았지만 실물이 이뻐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튤립 허리치마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서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행복하기도 하고, 감격적이기도 했다. 뿌듯함과 기쁨 또한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