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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유

앞치마 만들기

by 박현주

오늘도 애정하는 일, 바느질을 했다.

본을 그리고 가위질을 하며 모난 내 마음 한편도 같이 오려내고, 다림질을 하며 마음속 구겨진 한 부분도 같이 다렸다.

바느질을 하며 조각조각이 이어질 때는 남모를 쾌감도 느꼈다.

이제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이틀 전 주문받은 앞치마를 한시라도 빨리 전해드리고 싶어 2리터 자리 물통도 곁에 두고 다리미와 다리미판도 준비시켜 두었다.

자와 수성펜, 가위까지 준비를 해두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오자마자 작업실로 달려갔다.


오랜만에 만드는 앞치마라 그런지 사이즈를 재차 확인했다.

줄길이가 잘못되면 못 입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붙잡고 본을 그리고 오렸다.

어찌나 집중하고 했던지 다림질을 하며 침도 한 방울 흘렸다. 원단에 흘리지 않은 걸 다행스럽게 여기면서도 얼마나 집중했길래 침을 흘리느냐며 나이를 탓하기도 했다.


주머니와 줄을 달고 나니 앞치마 형태가 보인다.

분무기로 수성펜 자국을 지우고 말리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다른 소품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얼추 말랐다 싶을 때 다리미로 전부 다려줬다.

빳빳하게 펴진 앞치마를 보니 기분도 쫙쫙 펴지는듯했다.




다른 지역엔 비가 온다는데 경주는 화창했다.

일하던 중 고개를 들어 한 번씩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다를 연상케 하는 푸르디푸른 하늘, 장마라더니 하늘이 이뻐 내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오후 3시경 앞치마를 가져다 드리러 지인의 카페로 향했다.

앞치마를 보시던 카페사장님께서는 너무 이쁘다며 돌고래소리를 내셨다.

기뻐하시는 모습, 만족해하시는 모습, 직접 입어보시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뵈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행복은 전염이 되는 것 같다.

같이 갔던 언니도 미소를 주고받으며 사장님의 행복을 함께 즐겼다.


나로 인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인 것 같다.

내세 울 것 없는 소박한 한 인간이지만, 누군가에게 기쁨이든, 행복이든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가 사는 이유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사실에 감사했다.


앞치마를 만든 덕분에 내가 사는 이유,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소한 일이지만 나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해 준 바느질에 감사하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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