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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밉지 않을 만큼 행복했던 시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by 박현주

시립도서관의 인연, 그림책출판 동기이자 런치모임멤버끼리 모임을 가졌다.

다음 주 금요일에 시민 작가 그림책출간기념회가 있다.

그전에 얼굴도 보고 미리 우리끼리 자축의 시간을 갖자며 모임을 갖게 됐다.



비건음식점을 미리 예약하고 찾아갔다.

비는 내리지만 그림책 때문인지 반가운 만남 때문인지 설레기도 하고 들뜨기도 했다.

작지만 푸르름이 꽉 찬 아름다운 정원과 손수 바느질로 꾸며놓으신 실내는 나의 시선을 뺏기에 충분했다.

퀼트와 바느질, 자수의 결합이 맛깔스러운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져 아기자기하면서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바느질작품은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관심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식사와 차, 빵까지 있으니 한자리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푸근한 곳이었다.




서로의 책을 꺼내어 보려는데 예약해 둔 식사가 바로 나왔다. 책은 밀어 두고 일단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카레와 두부스테이크가 식사메뉴였다. 식사 위에 놓인 구워진 야채부터 식감과 맛을 음미했다.

평소 잘 접하지 못한 두부스테이크는 입에서 살살 녹아내렸고, 카레는 짜지도 않고 고소했다.


다들 맛있다며 식사에 집중했다.

게눈 감추듯 먹어버리고 나서는 곧바로 디저트를 주문했다. 커피에 빵까지 더해지니 행복감이 솟구쳤다.


책이야기, 육아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정보도 나누고 축하도 나누고 선물도 받았다.

받기만 해서 죄송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했다.

바빠서 준비를 못한 것도 있고, 다음 주를 기약했던 것도 있었는데 두 분 다 선물을 건네시니 고마움과 죄송한 마음이 교차되며 좌불안석이었다.

이대로면 함께하는 순간이 고되고 힘들 것만 같았다. 얼른 다음 주를 기약하며 그만 죄송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림책부터 차근차근 읽어보고 책이 쓰인 배경까지 깊이 들어가다 보니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와 이야기가 꼬리를 물어 잠시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배운 것도 많고 알게 된 것도 많았다. 만남의 시간을 꽉꽉 채우다 보니 마음이 부유해졌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편이 있다는 생각으로 든든해졌고 듬직하기도 했다.

서로 나누고, 베풀고, 보듬어줄 수 있어 행복했고 웃음이 끊이질 않아 감사의 마음도 일었다.






집으로 돌아와 만남의 여운이 가시질 않아 주신 선물과 내게 주신 메시지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좋은 사람들에게 받는 관심과 애정이 싫지 않았다. 하늘로 솟은 광대가 내려올 줄 모를 만큼 좋았다.

좋은 장소, 맛난 음식, 좋은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축하와 선물 속에 녹아있는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내가 애정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 준다는 건 커다란 축복이었다.

가슴 가득히 감사가 넘쳤고 앞으로의 우리가 기대됐다.

서로를 응원하게 되었고 지지하게 되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린 함께 수업을 듣고 함께 밥을 먹으며 돈독해졌다.

우린 만날 인연이었다.

그렇다 여기며 이 인연의 끈을 꼭 쥐어보려 한다.

선물 같은 오늘이었다.

내리는 비가 밉지 않을 만큼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일주일 뒤, 정식 출판기념회를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헤어짐이 아쉽다는 건 함께했던 시간이 즐거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에 도착한 나는 선물과 메시지로 벅찬 감동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감사했다.

인연에 감사했고, 함께 함에 감사했다.

앞으로의 시간에 감사했고 함께 걸어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책도 생기고, 선물도 받았지만 오늘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사람이었다. 마음도 함께.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오늘은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벅찬 행복으로 물들었다.


나는 사랑과 행복으로 세상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다.

오늘만큼은 가슴 가득 부유함을 안고 감사로 마무리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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