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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이 도착했다

by 박현주

교보문고에서 자가출판으로 만든 내 책이 오늘에서야 도착했다.
6월 23일에 승인이 났고 바로 구매를 했었는데 딱 일주일 만에 왔다.
씁쓸하지만 이것 또한 자가출판의 매력이라 생각된다.





토요일인데 택배아저씨가 오시다니... 뭘 시킨 건지도 몰라 갸우뚱거리며 숨어버린 기억을 호미질하듯 파기시작했다.
교보문고의 택배박스였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돌고래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왔구나~"

집에 들어가자마자 박스의 배를 갈랐다.
양장으로 두껍게 만들어진 책이 박스 안에 살포시 잠들어있었다.
서둘러 포장된 비닐을 벗기고 책을 껴안았다.
'내 책이라니, 내 책이라니!!'



표지는 어떻게 나왔고 책은 어떻게 나왔는지 서둘러 살펴보았다.
다행히 미소 부분(양장그림책 표지에 보면 움푹 들어가 있는 부분)에 제목이 걸리지 않았다.
다행이라며 그림과 글을 찬찬히 살피며 읽기 시작했다.

시립도서관에서 만든 책 보다 10장이 추가가 됐고, 표지도 교체했다.
일부러 어둡게 했던 장면도 있어서 짚어가며 확인했다.
글밥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못하는 건가 싶은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버스는 이미 떠나버린 뒤라 어쩔 수 없다며 나를 다독거렸다.

출판수업에서 미리 출간된 엄마의 기도보다 글도 더 들어갔고 그림도 배로 들어갔다.
다시 작업을 했고 작업을 하다 보니 작업의 첫 순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작업을 통해 바늘과 애증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피를 볼만큼 내 손을 아프게도 했지만 미싱보다 바늘 잡는 시간을 더 좋아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책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정성을 쏟아붓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장하다는 칭찬의 마음과 다음번엔 더 잘해보자라는 응원의 마음이 번갈아가며 솟아났다.


작지만 크고, 소소하지만 대단한 나의 책이 태어나 내손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반갑고 기뻤다.

책이 비싸 선뜻 구매해 달라고도 못했는데 알아서 구매해 주신 지인분들의 연락이 하나씩 도착했다.

감사했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을까?'라는 생각이 내 안에 가득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앞으로 더 훌륭하고 더 따뜻한 그림책을 쓰고 싶게 하는 동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림책이라는 장르에 이제 발을 막 담그기 시작했으니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자라서 훌륭한 작가로 거듭나고 싶어졌다.

각오와 다짐으로 뜨거운 하루였다.

책이 도착한 것도, 책을 보며 느꼈던 여러 감정들도 모두가 행복이었다.

오늘은 어느 날보다도 행복에 오래 젖어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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