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지러울 때, 혹은 새롭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청소를 한다. 그것도 온 집을 헤집는 대청소. 심란한 마음 한가닥이 온몸을 휘어 감는 듯했다. '누워있을까? 청소나 할까?' 두 갈래로 나눠진 마음들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결국엔 청소가 이겼고 이내 대봉지 2장을 준비했다. 걸레도 빨아와 아이들 방을 한 겹 씩 벗겨내기 시작했다.
어제 1차전을 했던 터라 뭐가 더 있겠나 싶었다. 늘 예상은 빗나가야 제격인 건가? 끊임없이 나오는 철 지난 문제집, 쪽지, 몽당연필과 나이와 맞지 않는 장난감등 온갖 잡동사니가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버리지 못하는 병을 아들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유전의 힘은 참으로 무시무시하다.
1년 동안 손도 안 댄 것들이라 생각되면 모조리 처분했다. 아마 없어진 것도 모를 거라 단정 지어가며 말이다.
오전 내내 분류하고 쓸고 닦기를 반복했다. 방 2개와 거실을 모조리 뒤집었다. 다하고 나니 탄산음료를 마신 것처럼 속이 뻥 뚫린듯했다. 탄산음료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함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오후는 뜨거운 태양을 등지고 잡초 뽑기도 했었고, 아이들 간식으로 옥수수도 삶았다. 삶기 전, 알알이 가득 찬 옥수수의 빛깔은 침샘을 자극했다. 원래 껍질 한 겹은 남겨두고 삶는데 아이들은 그 껍질마저도 성가셔했다. 모조리 껍질을 제거하고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소금간만으로 옥수수를 삶았다.
옥수수를 준비해두고 나니 신랑이 퇴근을 했다. 퇴근을 하자마자 내 자전거 타이어를 교체해 주었다. 자꾸 공기가 빠지는 바람에 아예 교체작업을 한 것이다.
"이제 내일부터 타면 되는 거야?" "응"
한동안 걷는 것에 심취했지만 자전거도 타고 싶었다. 바퀴도 튼튼하겠다 야간이지만 한 바퀴 돌고 싶었다. 해가 지니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로 점차 변모했다. 신랑과 아들은 야간라이딩을 떠났고 나는 동네 입구만 한 바퀴 후딱 돌고 왔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탈 생각을 하니 흥이 절로 났다.
오전 내내 무거웠던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괴롭히기만 했던 내면의 나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청소도, 엄마노릇도, 운동도 모든 부분이 감동이었다. 감동 속에 오늘의 행복은 여전히 녹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