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가 끓던 시절, 동고동락을 하며 우애를 다지고 함께 일했던 간호조무사들의 단톡방이 오랜만에 울렸다.
총무동생의 연락으로 10여 년 만에 정식 첫 모임을 하기로 했다. 따로따로 만난 적은 있지만 다 같이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계획을 세우며 대화를 주고받던 시간 내내 설렘과 묘한 긴장감으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한때는 가족보다 더 가까이 속내를 나눴고, 결혼을 하며 흩어져야 했음이 아쉽기도 했던 사이였다. 일을 하면서도 네 일, 내 일 따지지 않고 먼저 나서서 도왔고 아무 대가 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도왔다. 큰 병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도 많고 입원환자도 적지 않았다. 4층으로 된 병원이었다. 병실이 있었기에 일도 많았고 외래 환자도 많았다. 힘겨움도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끈끈하기도, 막역한 사이로 지내며 이겨냈고 성장했다.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예전시절이 소환되어 추억팔이를 하느라 어떻게 저녁준비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12일 후면 고대하고 고대하는 그녀들을 만난다. '어떻게 변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예전의 모습들은 그대로일까? 목소리도 말투도 그대로겠지?'
묻고 싶던 여러 가지 질문들이 나를 달달 볶아댄다. 볶아대는 것이 왠지 싫지만은 않다. 마냥 좋다.
꿈에 그리던 그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맺힌다. '나'로 살던 사람들이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었다.
그때 그 느낌은 이제 마주할 수 없겠지만 그때의 기억과 향기를 추억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녀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