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손잡이 가는 여자

by 박현주

현관문이 잠긴 채로 고장이 났다.


열쇠를 돌려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며 시어머님과 딸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주말부부로 15년을 지내다 보니 웬만한 고장은 수리가 가능해졌다.
남편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던 일이다.
처음엔 서글프기도 했다.
'이런 거까지 내가 해야 돼? 다른 집은 전부 신랑이 해주는데...'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안다. 신랑 또한 맘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한 번씩 토해냈다.
그럼에도 꿋꿋이 이겨내고 싶었다. 서글픈 마음도 잠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지하수모터 가는 것도, 샤워기교체하는 것도, 전구 가는 것은 물론 문손잡이도 갈게 되었던 것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마음은 괴로웠지만 처리하고 나면 스킬을 하나씩 획득하는 것 같아 내가 참 대견해지곤 했다.





문고리 교체하는 장비는 거실장서랍에 잘 모셔두었다. '문고리쯤이야' 라며 송곳과 십자드라이버를 자연스럽게 꺼냈다.


어제 교체한 문고리인데 잠기질 않았다.
"확인을 다 하고 조립한 건데 이럴 수가 있다고?"

다시 풀고 조여도 말을 안 듣는다.
'이건 불량일 거야. 이런 적이 없었잖아~!'
동네 만물상회에 가져가 상황을 설명하니 다행히 교환을 해주셔서 잘 잠기는 문고리를 가져왔다.

'이번엔 잘되겠지?'
손잡이 부분을 분리하고 걸림쇠방향을 잘 맞추고 순서대로 꽂아 조립했다.
잘 잠겼으니 이제다 끝났다며 기쁜 마음으로 열쇠를 꽂으려는데 문이 잠긴 채로 그냥 스르르 열린다.
땀도 비 오듯 떨어지는데 뭐가 문제인지 몰라 멘붕이 왔다.
두어 번 조립했다 풀기를 반복하다 신랑에게 sos를 쳤다.
"다른 방문손잡이랑 바꿔봐. 그럼 뭐가 고장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 방문 손잡이를 해체하고 현관손잡이랑 바꿔서 조립해 보았다.
이럴 수가!!
아이들 방문에 꽂힌 손잡이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작동이 잘됐다. 잠긴 채 열리지도 않았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다행히 두 개의 문손잡이는 제 자리를 찾았다.
다 끝나고 나니 땀으로 샤워를 한듯한 몰골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어쨌거나 성공했다.
오늘의 나, 참으로 대견스럽다.




손잡이를 고치다 보니 남편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게 되었다.
바깥일은 물론이고 가정에 손이 필요할 때마다 거뜬히 해결해 내던 모습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주르륵 스쳐 지나갔다.

내가 힘들었던 것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욱이 생겨났다.
일하느라 고생하는 것도, 집안에 손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기꺼이 해주는 신랑이 고마우면서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작은 것 하나 한 것뿐인데 녹초가 됐다.
무슨 일이든 서슴없이 해내는 신랑이 대단하다 느낀 날이었다.

늘 고마운 신랑에게 오늘 저녁은 삼겹살로 마음을 대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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