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다친 게 어디야

by 박현주

새벽 기상 후, 성경필사 3장, 빨래 돌리기, 신랑 출근시키기, 별별챌린지 독려글 전송, 개밥 챙기고 응가치우기, 빨래 널기, 아이들 아침 챙기기로 아침 기본 루틴을 끝냈다. 오늘은 유독 힘에 부친다.






몸도 마음도 늘어질 대로 늘어진 나는 오후 3시까지 바닥과 합체한 상태로 굳어있었다.
이런 날도 있어야 된다며 누워있던 날 합리화시키기도 했고, 약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참아보기도 했다.
아이스버킷챌린지도 해야 되고, 서평단 책도 읽어야 되고, 소포 보낼 것도 쌓여있고, 편지지도 박스옆에서 글이 써지길 기다리고 있다. 해야 될 일도 산더미인데,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터지려 했다.






세상에... 휴대폰을 든 채 잠이 들었다.
낮잠이라니! 아이들 신생아 때도 낮잠잔적이 없는 사람인데 어지간히 힘든가 보다 싶어 인정해 주고 토닥여주었다.

자칭 긍정아줌마인데 요즘은 나도 내가 좀 어렵다.
이대로 자꾸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
설거지와 방청소를 한 뒤, 도로 누웠다가 안 되겠다 싶어 저녁찬거리를 사러 마트도 다녀왔다.

아이들 저녁준비가 한창일 때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고속도론데 차가 퍼졌다. 엔진오일하고 냉각수 일단 좀 챙겨가 기다리고 있그라."
전화를 끊자마자 아들과 함께 엔진오일과 냉각수를 챙겨놓고 저녁준비를 마저 했다.

얼마뒤, 친구 카센터로 오라는 신랑의 전화가 왔다. 챙겨놓은 엔진오일과 냉각수를 내려놓고 우린 시내로 향했다.

내일이 광복절(공휴일)이라 현장작업은 쉬는데 날일이 들어와 장비를 싣고 오던 길이었다.
백미러로보니 옅은 연기가 한 줄기씩 보였고, 아지랑이인가라고 생각을 하던 찰나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고 했다. 갓길에 차를 급히 세우고 보니 엔진 쪽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고 바로 도로공사에 전화를 했단다.
도로공사에 전화를 하면 가장 가까운 IC까지 차를 견인해 준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서둘러 차를 뺄 수 있었단다.
트럭에 실린 장비는 후배 기사에게 부탁해 다시 현장으로 운반을 요청했고, 신랑은 대형레커차에 트럭을 매달고 친구카센터로 왔다.

카센터에서 만난 우리는(아들과 나)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고 카센터 친구가 일단 차를 살폈다.
다행히 엔진은 괜찮은 것 같고 냉각수 호수가 터진 걸 찾아냈다. 다행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차가 고속도로중간에 서지 않아서 신랑에게 아무 탈이 없는 것이 감사했고 엔진도 괜찮은 것 같다 하니 감사했다.
우리 트럭은 기계식 엔진이 아니라 커먼레일엔진인데 이 엔진은 수리비가 300만 원부터 시작되는 무시무시한 심장을 달고 다니는 녀석이라 했다. 크게 안 다친 게 얼마나 다행인지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얼른 알아차린 신랑에게 대단하다며 엄지를 들어줬고, 안 다친 게 어디냐며 감사한 일이라고 노래하듯 읊었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오전 내내 널브러졌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돌아오는 차 안을 가득 메운 신랑의 땀냄새가 싫지만은 않았다.


'차는 고치면 되고 나는 당신이 무사히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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