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의지를 팍팍 느끼고 오다

by 박현주

오래간만에 옷쇼핑을 갔다.

아이가 원하는 드라이브도 할 겸, 저녁약속 전 시간을 때우기도 할 겸, 옷 가게 옆에 있는 다 있는 가게도 구경할 겸해서 우리 가족은 영천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다 있는 그곳으로 먼저 향했다. 경주에 비하니 대형마트 같았다. 다 있는 이곳은 오래 머물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곳이기에 생활용품 일절을 조금 사고 얼른 나와 옷가게로 향했다.


처음 오는 옷 가게였다. 뻥 뚫리고 넓은 매장이었다.

얼마만의 쇼핑인지 기억도 안 났다. 노란 불빛, 새 옷의 향기가 기분을 업 시켜줬다.

여름시즌이 끝나가니 50프로 할인되는 것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신랑은 첫눈에 들어온 청바지를 입어보고 꽤 만족해했다. 그 옆을 보니 신랑 사이즈가 거의 빠져있었다.

이쁘다 싶은 건 죄다 품절이었다. 사람눈은 다 똑같다며 신랑은 아쉬움을 토해냈다.


같이 따라온 아들은 자기 스타일이 없는지 차에서 기다리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할인가를 보고 신랑은 작업복으로 입을 옷도 고르기 시작했다.


피팅룸 앞은 여성옷들이 있었는데 옷을 입어보고 나온 신랑이 내 옷을 마구 골라주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의지(다이어트)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에 다음번에 사달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되는 권유에 입어만 보겠다 하고 피팅룸으로 향했다.


어떤 건 잘 맞았지만, 어떤 건 작아서 괜히 기분이 가라앉았다.

가격이 싸다고 사자 하는 걸 나는 반대했다. 살 빼면 어차피 내년에 못 입는다고 큰소리를 뻥뻥 치고서 모두 제자리로 복귀시켰다.


쑥쑥 들어가던 사이즈인데 훅이 근처도 안 가는 모습을 피팅룸거울을 통해서 직시하게 되니 한심하기도 하고, 오늘 제대로, 잘 왔다 싶었다. 거울 속 나를 마주하자 의지가 더욱 불끈 솟아올랐다.



세심한 신랑은 내 옷의 대부분을 사줬던 터라 내 사이즈를 잘 알고 있다.

골라준 옷을 입고 나온 나를 본 신랑은 옷이 맞냐며, 너무 끼는 것 아니냐며 숨김없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허리는 남고 엉덩이는 끼이는 억울한 몸매라 바지를 사면 늘 허리수선을 해야 된다. 오늘 입어본 옷은 그렇게까지 해가며 사고 싶은 옷은 아니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내손에 들린 옷들은 도로 헹거에 갖다 걸었다.


명절 전에 다시 오자는 신랑의 말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꼭 사이즈를 줄여서 오겠노라 호언장담을 했다.

한 달 반정도의 시간이 남았고, 나에게는 목표가 생겼다.


어제까지, 아니 방금 전까지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면 추석 전까지는 사이즈를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결심했다.


'한 사이즈라도 줄여서 다시 와야지.'


결심이 비장했던 탓일까? 나는 저녁밥대신 스텝퍼를 선택했다.

흐르는 땀방울이 무척이나 반가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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