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져보겠습니다

개미처럼

by 박현주

새해가 밝았지만 나의 일, 바느질을 전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옷이나 소품을 탄생시키고 나면 사랑스러운 자태를 눈에다 담고, 마음에 담아 영양분으로 삼는다. 그 영양분으로 자라나는 풀 같은 사람인데 새해를 맞이하고 일주일이 다되도록 손도 못 댔더니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1월 1일이면 요이땅!! 하는 소리와 함께 달음박질에 열을 가하고 있을 텐데, 새로운 목표와 계획으로 설렘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텐데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중장비업을 하는 신랑의 일이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다. 땅이 얼어서 동네일도 못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나라도 움직여야 되는데.

이런 긴 휴일이 오랜만이라 그런가? 옆에 있어주길 은근히 바라는 신랑을 모른척하기도,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이번 주말부터 일을 가게 되었지만 어느 때보다 뜨겁게 보내야 할 새해 첫 주를 너무 놀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도 되고, 조바심도 생겨 났다. 걱정이 쌓이니 마음의 염증도 점차 곪아갔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더니

오래간만에 유튜브를 보려고 터치로 화면을 몇 번 넘겼는데 '유퀴즈'란 프로그램에 나온 김영하작가님의 얼굴이 보였고 나도 모르게 손이갔다.

내가 좋아하는 유재석, 조세호 님은 물론 존경하는 김영하작가님까지 나오다니~~ 완전 꿀조합이었다.

유재석-
"작가님의 인생 모토가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100%를 다 하지 않고 쓸 수 있는 70%만 쓴다. 절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건 뭐냐?"
김영하-
"항상 최선을 다하면 위험하다는 뜻이다. 최재천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개미들을 이렇게 보면 열심히 일하는 동물의 상징이지 않냐. 개미들을 잘 관찰해 보니 30%의 개미는 놀고 있다더라. 그게 변고가 생기면, 여력이 있다면 나가서 걔들이 싸울 수 있고 손실이 있더라도 걔네가 보완할 수 있다는 거다. 인생은 길고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매일 최선을 다하다가 예를 들면 몸이 아프다든가 가족 중에 누가 아프다든가. 그러면 회복할 수가 없는 거다. 이미 자원을 다 쓰고 있는데 더 이상 갖고 올 게 없지 않냐. 은행에 잔고를 남겨두듯이 자기의 하루도 오늘 내가 100을 할 수 있으면 70만 하자. 하고 하다가 어떤 순간 위기가 닥쳤을 때 남은 30을 쓰거나"

김영하 작가님의 말씀에 어깨에 올라가 있는 돌덩이 하나를 내려놓게 됐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위기라면 위기이지만 내가 어찌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즐겨야겠단 생각을 했다.

'주말부터 70의 힘으로 재미나게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은 30을 써야 되는 순간이야'


주말이 오기 전까지 나는 망가질 거다.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겠다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맘 편히 즐기겠다는 나만의 공표이자 선포다.

며칠 논다고 세상이 급변하거나 내 실력이 녹슬지는 않을 테니까.

오늘은 둘째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다. 오늘만큼은 맘껏 축하해주고 신나게 놀아줘야겠다. 아이가 나와 놀아 줄지 모르겠지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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