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랑이지, 별다를 게 있어?

손바느질 소품을 선물 받다

by 박현주

2023년, 새해가 밝았다. 계묘년 검은 토끼해답게 어느새 4일이나 지났다. 올해 일출은 따뜻한 방 안에 앉아서 모니터 너머로 여유롭게 구경했다.

추울 만도 한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기자님을 응원해가며 2023년의 첫날을 맞이했다.

'어떡하든지 해만 보면 되지'

급작스럽게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넘쳐흐른다. 이런 마음으로 쭉 살면 참 좋을 텐데.


나는 새마을회에서 운영하는 마을문고에 소속되어 있다.

우리 문고는 작년부터 수요일밤 7시부터 2시간 동안 독서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는 독서중

우리 문고에 살아있는 역사나 다름없는 감사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는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덕분에 책과 데이트할 수 있는 정규적인 시간도 생겼다. 모두가 좋은 아이디어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재능기부로 만들기도 하고 다른 사사로운 문화활동도 즐긴다.

견고하고 친숙하고 깊이 있는 교제의 시간이 되었다. 감사님 덕분에

수요일만큼은 힐링의 시간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해 첫 수요모임을 갖었다.

지난주엔 도서관 자체공모전이 있었다. 수요모임 이름공모전이었는데 '수요책방'으로 선정됐다.

내가 제안한 '주책바가지-주마다 책을 바가지로 읽는 모임'은 2표 차이로 떨어졌다. 식상한 게 싫어 신박하게 하고 싶었는데, 아쉬웠지만 도전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저녁 8시 30분, 즉 책을 읽은 지 한 시간 반이 지나면 마을에서 운영하는 요가를 마치고 오는 회원님이 계신다. 그분이 오시면 독서시간은 자연스럽게 대화시간으로 옮겨진다.

그 시간에는 문고에 필요한 이야기, 잡다한 이야기가 오고 가지만 찐하게 소통하는 우리만의 시간이다.


오늘 수다타임에는 '수요책방'이란 이름을 제안한 신입회원님을 위한 도서상품권 증정식이 있었다.

축하의 뜨거움이 도서실안에 가득했다. 한껏 올라간 분위기에 취해있을 때 감사님께서 선물을 내미셨다.

바스락 거리는 비닐봉지를 여시 더니 책상 위로 부어버리셨다. 우르르 떨어지던 선물을 보니 마치 산타할아버지께서 빨간 선물주머니를 털고 계신 것 같아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행복해졌다.

가방에 걸 수 있는 소품이었다. 우리 문고 회원님들을 위해 손수 한 땀 한 땀 직접 만드셨다고 했다.

세상에!! 바느질이 업(業)인 내가 봐도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작은 소품 안에 큰 세상이 들어가 있었다.

작은 소품이라지만 자수, 코바느질, 손바느질까지 3단 콤보세트였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가방걸이소품&직접만들어주신 양말인형

해봐서 아는 일이지만 20개 가까이되는 걸 혼자서 해내는 것을 보니 대단함과 진정한 마음이 보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분은 그냥 전업주부가 아니다. 몸이 아픈 남편을 돌보며 큰 농사까지 짓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분이다. 철에 따라 안 하는 농사가 없고 그 일을 홀로 다해나가며 남편도, 아이도 보살피는데 이렇게까지 손수 준비하신 것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감동했고 감탄했다. 게다가 나눔이 몸에 베여있는 분이라 존경스러움까지 솟구쳤다.


감사님이 바쁘시단 걸 누구보다 잘 아시는 회장님께서는


"도대체 잠은 언제 자는교? 자긴 잡니꺼?"


모두의 궁금증이었다.

손이 빠르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마음 없이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기에, 적은 시간으로 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기에 감격스러웠다.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부끄러워졌다.

'시간이 없으실 텐데, 짬 내셔서 하신다는 건가?'

나도 시간 쪼개기를 좋아해서 짬짬이 하는 걸 즐기는 편인데 한 수위셨다. 아니 월등하셨다.

무엇보다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기에 여느 선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와닿았다.


'누가 날 위해, 우리를 위해 내 시간을 들여 이런 정성을 보일까?'

'사랑받고 있구나, 사랑 속에 있구나'


여러 가지 마음들로 훈훈하고 따뜻한 밤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하나도 춥지 않았다. 남을 위하는 마음이 나를 감싸줘서일 테지.

나도 이타적인 사람, 계산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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