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여행도 언제나 옳다-5

연화도(외도)

by 박현주

외도에 가기 위해 식당 앞 데크로 걸어갔다.
이 길을 따라가면 외도에 닿는다니 얼른 가보고 싶어졌다.
걷기 시작하자마자 급경사 계단을 마주했다.
우와, 우와를 연신 외치며 한발 한 발을 겨우 내디뎠다.
계단 끝에 다다르니 등뒤로 자리했던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고생 끝에 낙이온 다는 말처럼 시원한 바다풍경에 힘들었던 시간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 맛에 등산을 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연화도 보도교


길을 따라가다 보니 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 다리가 보도교라는 다리였다.
연화도에서 반하도라는 작은 섬 하나를 지나 우도로 가는 다리가 있는데 이 두 다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보도교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욕지도에서 배를 타고 나오며 봤던 그 다리였다.
다리도 어찌나 큰지 다리 위의 그림자도 컸다.
신랑이 그 그림자에 맞춰 주저앉았다. 이유도 모른 채 나도 따라 주저앉았다.
"시원하제?"
"어~엄청 시원타. 여기가 천국이네"
"조금 앉았다 가자."

보도교에 앉아 신발까지 벗고 불어오는 바람과 시원한 바다를 만끽하며 멍을 때렸다.
오고 가는 배구경이 신나기도 했다.
한참을 앉아있었는데도 아무도 지나가지 않아서 다리를 전세 낸 것처럼 흐뭇했다.
아무것을 안 해도 행복했던 건 처음이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가 절로 나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엉덩이를 툭툭 털으며 일어나 걸었다.
조금 더 걸으니 다리가 하나 더 나왔다.
처음 본 다리보다는 작았지만 그위에서 맞는 바람은 여느 바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원했다.
짠내가 종종 코끝을 찌르고 지나갔지만 귀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리를 지나니 구멍섬 해수욕장 가는 길과 마을로 가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구멍섬 해수욕장은 다음에 가기로 하고 마을로 향했다.



신랑이 앞서갔는데 급하게 나를 불렀다.
혹시나 다리를 삐끗했나 싶어서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동굴 같은 게 보인다.
나무동굴 안으로 들어갔더니 동화 속 숲 속에 들어간듯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신랑이 동백나무 같다는데 어찌 이렇게 늘어뜨려지냐고 나는 반박했다.
어쨌거나 동굴에서 또 다른 묘미를 만끽한 우리는 계속 걸었다. 걷기 좋은 둘레길이었다. 신랑은 본인다리가 아픈 게 야속한듯했다.


조금 내려가니 아까 배에서 봤던 우도항과 마을이 보였다.
유튜브에서도 봤다며 신랑은 신기해했다.
더 가고 싶었으나 신랑은 아직 무리하면 안 되기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갈 때는 멀게만 느껴지더니 올 때는 금세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쉽기까지 했다.

되돌아와 아까 앉았던 보도교 다리 위 그림자아래에 다시 앉았다.
세상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다.
온 세상이 내 것인 것처럼 행복은 최고치였다.
배구경, 제트스키구경에 눈이 심심할 틈이 없었고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은 세상시름을 다 날려주는 것만 같았다.
이때, 여행의 진리를 조금 체감한듯하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냥 툭, 튀어나왔다. 제대로 쉼을 누렸던 순간이었다.

보도교 입구 커피숍에 우뭇가사리콩국을 파는 걸 봤다는 신랑이 한 그릇 먹고 가자고 했고,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벌떡 일어섰다.
시장에서 참 많이 보이 던 건데 직접 사 먹은 건 처음이었다.
고소한 콩국에 으깨지는 우뭇가사리는 금세 입안에서 사라졌다.
헤이즐럿향이 나는 커피도 더위를 금세가 셔줬다.



게다가 물이 필요했었는데 사장님은 얼음까지 담아서 내어주셨다. 따뜻한 정을 느끼며 연화도를 더 애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누렸는데도 배시간이 아직 넉넉하게 남았다.
더위에 갈팡질팡하던 우리는 즐기기로 했다.
신랑은 옷을 입은 채 바다로 들어갔고 나는 데크아래 돗자리를 펴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신랑을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즐겼다.
시원하다며 진즉에 안 들어온 걸 후회했다.


신랑은 약 50분간 연화도 앞바다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즐겼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 시간을 즐겼다.
그 순간이 연화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정이었기에 아쉬움이 솟구치기도 했다.
집에 가서 아이들을 보고 싶었던 마음도, 시원하고 조용한 여행지에서의 행복도 모두가 내 진실된 마음이었다.

1박 2일이었지만 알차고 행복했다.
서서히 둘이서만 다녀야 하는 여행도 시작됐고 어지러웠던 지난 며칠을 바닷바람에 날려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에겐 치유여행이었다.

스위치 하나만 건드려지면 울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딱지가 앉고 있다. 이 여행으로 딱지가 단단해진 기분이다.

이래서 여행, 여행하는구나 싶었다.
즉흥여행이었지만 함께 떠나 주고, 경험하게 해 주고, 힐링을 안겨준 내 반쪽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배를 타고 나오며 비진도를 본 남편은 3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비진도를 언급한다. 다음은 비진도로 가게 되는 건가?
어디를 가든 여행은 언제나 옳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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