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주 Sep 08. 2023

옛날 사진

코로나에 걸려 끙끙거리고 계실 지인 언니에게서 톡이 왔다.
4년 전쯤인 거 같다며 한 장은 언니집에서, 한 장은 탈해왕릉에 놀러 갔을 때 찍어주신 사진을 보내오셨다.

점심시간에 맞춰 사진을 보내주셨고 사진을 마주하자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한참을 들여다보며 가슴이 먹먹한 상태로 얼어버렸다.

아이가 아프기 전의 사진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활발했으며 누구보다  밝고 귀여운 아이였다.
늘 양갈래머리를 했던 삐삐머리 소녀였다.
중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양갈래머리를 하고 다니는 소신이 분명하고, 당당한 소녀다.





내 모습이 아이에게 투영되어 보일 때가 있다.
딸아이가 유독 그렇다.
아들은 아빠를 많이 닮았고, 딸은 나를 닮아있다.

그걸 인지하면서부터 아이에게 벽을 친 것 같다.


기질 검사를 받아도 아들과 나는 잘 맞는데 딸아이의 기질은 엄마인 나도 벅찰 거라는 결과를 수도 없이 받았다.
자기 색이 분명하고 짙은 딸아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유별난 아이로만 바라봤다.
그냥 무난하게 가고 싶은데 딸아이는 청개구리처럼, 반항하는 처럼 반대로 가야 했다.
그냥 사사건건 모든 일에 부딪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딸아이를 밀어내고 있었다.
내가 아프기 싫고 고통받기 싫어 아이를 외면했다.
감정싸움도, 고통도 줄어들면서 아이와 나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졌다.

그런 모습이 하늘에 계신 그분도 보기 싫었던 것일까?
아이가 갑자기 아파왔다.
병원에서 진단도 내려지지 않는 병이었다.
현대의학으로 고칠 수 없었다. 아이를 살려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평생 흘렸던 눈물보다 그때 흘린 눈물이 더 많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울고 또 울었다.

 가슴에 알이 배 긴 것 같은 고통이 느껴져 숨이 겨우 쉬어질 도로 울면서 빌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딸아이가 가엽고 안쓰러워 더욱 품어주고 아껴주게 되었다.
누구보다 애교도 많고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사랑스러운 내 아이인데 왜 이제야 눈이 떠져서 아이를 다시 안게 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손이 많이 가고 부족한 모습 투성이지만 옛날처럼 밀어내지도 않고 모른척하지도 않는다.
재미없는 이야기도 들어주려 애쓰기도 하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가수들의 영상을 함께 보며 공감해 주려고 애쓰고 있다.
처음부터 이랬다면 우리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을까?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사진을 보니 못해줬던 옛날의 기억 때문에 괴로워졌고 엄마의 부족한 사랑을 먹는 걸로 채우느라 통통해진 것 같다는 생각에 한없이 미안해졌다.





사진을 마주하며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엄마,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주리라 다짐을 해본다.


다만 늦지 않았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