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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Sep 10. 2023

나의 아이들에게 띄우는 편지

세월이 참 빠르다. 태어나 엄마젖을 찾고 먹으며 행복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몸도, 마음도 커가며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때로는 빠른 세월의 속도감이 야속하기도 해.


조금 더 천천히 커달라는 말은 진심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건지, 나는 아직도 너희를 보살펴주던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해.
엄마의 보살핌이 잔소리 같아 귀찮고,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사랑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나도 엄마라서 비교하고 걱정하고 염려했어.
그게 부모의 올바른 자질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당연한 의무라고도 생각했지.
다만 너희가 힘들지 않았으면 했는데 엄마의 욕심 때문에 너희를 힘들게 하고 고단하게 한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돼.
그랬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엄마의 기도'라는 책을 만들며 너희가 행복하기만을 바랐어.
우뚝 선 자존감을 갖고, 이타적인 삶을 살며 어느 자리에서든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 길 기도했어.


너희가 태어날 때는 '건강하게 태어나게만 해주세요.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라며 기도해 놓고선 바라는 게 늘어날 때마다 가슴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했어.
남보다 조금이라도 우뚝 서고 빛나길 바랐던 마음이 가슴 한편에 있었나 봐. 아마 어느 부모나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지금은 한발 떨어져 너희를 바라보려 해.
주장은 있으되 예의에 벗어나지 말고, 나를 챙기되 남을 돌볼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길 바라.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너희들의 신념으로 마음껏 꿈꾸고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또 성장하는 너희들이 되길 바라고 있어.
너희 앞에서는 부족한 모습뿐이지만 어느 누구보다 너희를 응원하고 있고, 너희를 위해 기도하는 엄마가 있다는 걸 잊지 마.
너희가 비빌 언덕이 필요할 때 마음껏 비빌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 되도록 엄마도 노력할 거야.

쉬어갈 땐 쉬어가고, 품어줄 땐 품어주고, 요행을 바라기보다 최선을 다하고 거기에서 만족을 알고, 행복을 찾을 줄 아는 너희가 되었으면 해. 내가 바라는 건 너희들의 행복뿐이야.
"엄마의 기도"책은 너희를 향한 엄마의 마음이고 기도이자 고백이야.
알지? 엄마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희의 앞길이 평탄하지만은 않겠지만 그 굴곡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엄마의 기도는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계속될 거야.
엄마의 기도로 너희를 지켜줄게.
너희는 행복하게 살기만 해. 엄마는 그거면 돼.
항상 기도할게.
나의 아이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감사해.
사랑해.




책을 읽고 편지글을 쓰는 공모전에 보낸 글이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 글이 남겨져 우리 아이들에게 가서 닿기를 바랄 뿐이다.


글을 쓰며 행복했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된다.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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