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논에 물들어갈 때랑 자식입에 밥 들어갈 때가 가장 보기 좋다더니 안 먹어도 배부르네."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며 신랑이 늘 하는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가리는 음식 없이 뭐든지 맛있게, 잘 먹는다. 오죽하면 먹방유튜브를 찍으라고, 대박이 날 거라며 우스갯소리까지 하곤 한다. 잘 먹는 아이들 덕분에 내 요리실력은 일취월장 해졌다. 내 실력이 늘어나는 만큼 아이들도 건강히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이들은 엄마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려고 이 세상에 보내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보이는 부족함이 내 탓인 것 같아 눈물콧물로 밤을 지새운 날도 있고, 아픈 아이를 돌보며 인내와 사랑을 배운 적도 많다.
요리도 그랬다.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힘썼고 노력한 만큼 요리실력이 향상되면서 나는 엄마로 성장했다. 나를 키워준 아이들에게 늘 고마울 따름이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그릇을 끌어안고,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호호 불어가며 한입 넣어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게 하는 마법이 인다. 밥상이 그저 그런 날에도 엄지 척을 해주며 밥그릇에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다 긁어먹은 날은 그리 이쁠 수가 없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참과 감동이 일었지만 아이들이 작은 입을 벌려가며 밥한술 뜨는 순간은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내가 태어난 이유가 되는듯했다.
세상엔 어마어마한 종류와 다양한 맛을 가진 음식이 넘쳐나지만 내 아이들만큼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최고라고 해주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