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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Oct 08. 2023

안 돼라고 하기보다 기회를 주세요

아들이 5살 때 이야기이다.
첫 아이였고, 나름대로 철칙을 쌓아가던 시기였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는 선에 선 무조건 오케이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자기 생각을 당당히 이야기할 줄 알고 자주성이 뛰어난 아이로 자라났다.


그해 여름,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들어온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 혼자 씻어볼래요."
본인이 씻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비눗물을 제대로 헹굴지, 옳게  씻기나 할지 염려됐다.
그래도 믿어보고 싶었다. 아이는 씻기 시작했다. 샤워기로 물을 뒤집어쓰더니 긴 목욕타월에 비누를 묻혀 야무지게 거품을 냈다. 이후 양끝을 잡더니 팔을 들고 대각선으로 위, 아래 문질러가며 씻는 게 아닌가. 고개를  쑥이고 샴푸를 묻혀 머리를 씻어내는 모습도 야무졌다. 5살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거품 하나 없이 머릿속도 깨끗하게 헹궈냈다.
아이는 그 뒤로 씻어달라는 말 한번 없이 완벽하게 씻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여동생도 일찍부터 혼자 씻기를 따라 했다. 여동생은 확실히 어려서 손이 가야 했지만 아이 행동을 칭찬해주다 보니 아이 씻기기에서 슬슬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아이를 인정해 주고 묵묵히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잘 해냈다. 지인들은 너무 이른 거 아니냐며 나를 다그치기도 했지만 아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해내고 있었다. 그 뒤로 모든 부분에서 아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유하게 대처했더니 7살엔 달걀프라이와 밥도 짓게 되었다.
위험한 일은 곁에서 지켜봐 줘야 했지만 고사리손으로 해내는 아이는 성취감에 행복해했고 믿어주는 만큼 건강하게 자라났다.


라고 막기보다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이를 성장하게 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위험한 부분은 당연히 조심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엄마아빠가 믿어주고 받아들여준다면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분명 더 성장하고 성숙해질 거라 믿는다.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가 육아를 하게 된대도 내 선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때처럼  묵묵히 아이를 믿어줄 거다. 그것이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작은 성공일 것이고 아이인생에 큰 선물이 되어줄 테니까.






오늘 단톡방에 올라온 글을 보고 고민했다.

1000자 정도에 상금도 크니 괜스레 솔깃해졌다.

지금 올린 글에서 겨우겨우 1000자로 줄여 응모를 했다.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나는 오늘 글 한편을 썼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요즘을 내 안에 무언가를 꺼내는 게 재밌다.

이 마음이 오래오래 가면 좋겠다. 당선되면 더 좋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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