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행복으로 채우자

by 박현주

구미에 다녀왔다.
신랑 볼일 때문 이긴 했지만 함께 길을 나서기로 했다.





나는 구미에서 20대를 맞이했고 5년간 머물렀다. 그래서인지 다른 지역을 방문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으로 방문하게 된다.

구미에서의 추억이 몹시도 많다.
대기업에 취업, 첫 사회생활의 시작, 신랑과 첫 인연이 닿았던 곳, 첫 연애, 수많은 도전과 성공을 맛보았던 곳이라 구미는 나에게 고향만큼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참 뜨거웠다.
20대 초반, 야간근무를 자청해 오랜 기간 올빼미족으로 살면서 운전면허증을 땄고, 3교대하던 직장을 다닐 때는 시간조율을 해가며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지금의 악착같음은 아마도 그때부터 조금씩 나도 모르게 교육이 된듯하다.
그렇게 사는 게 옳은 거라 생각했고 도전에 거침이 없었다.
무모하면서 뜨겁고 열정적이지만 냉정했다.
나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곳이라 구미는 여느 지역보다 유독 좋다.






오랜만에 찾은 동네는 예전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
길도 많이 나고 허허벌판이던 곳은 어느새 아파트무덤이 되어있었다.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눈을 어디에 둬야 될지 몰랐다.
신랑과 나는 구미에서 보낸 옛 기억을 조금씩 소환하기 시작했다.

"흘러간 세월이 얼만데 그대로겠나?"
"그러게. 정말 많이 변했네"

변한 걸 알면서도 옛 추억이 함께 묻혀버린 듯해 괜스레 울적해졌다.
소소한 지난 기억들을 끄집어내며 공감하기도 하고,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웃고 떠들기도 했다.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 예전에 자주 먹던 복어집을 가려고 했다. 새콤하고 시원한 복어탕이 일품인 집이 있는데 구미에 왔을 때 가보자는 이야기에 둘 다 들뜨기 시작했다.
신나 하기도 잠시, 딸아이의 거부에 할 수 없이 콩나물국밥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엔 복어탕이 아니라 섭섭할뻔했는데 딸아이가 국밥그릇을 싹싹 긁어서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먹는 모습을 보니 잘 왔다 싶었다.
복어탕이야 다음에 와서 먹으면 된다고 신랑과 나는 서로를 토닥여주었다.




추억이 깃든 곳의 변화가 맘한구석을 씁쓸하게 했지만 콩나물국밥이 은근 위로가 되어주었다.
마을은 변했지만 추억은 퇴색되지 않고 내 기억 속에, 내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나에게 추억으로 남을 시간이기에 좀 더 소중히, 사랑하고 아껴주며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구미를 다녀오며 달콤한 추억에 젖었고, 더 나은 미래도 잠시 그려보았다.
잠깐이지만 행복했다.
다가올 나의 미래도 행복으로 맞을 수 있게 지금 이 순간을 행복으로 채워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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