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섬에 가다-2

거제 섬여행

by 박현주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라면맛은 일품이었다.

경치를 반찬삼아 먹는 라면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한참 동안 여운이 남을 만큼 끝내줬다.

밖에서 먹는 라면이 맛있다는 말을 오랜만에 경험했다.





라면하나를 사이좋게 먹고 해안길을 따라 올랐다.

멀리 보이는 거가대교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보였다. 꼭 함께 해주는 것처럼 든든하기도 하고 눈도 즐거웠다.


시멘트길을 가다가 산으로 접어들어 흙길을 마주하니 본격적인 트레킹에 접어든 것 같아 마음도 비장해졌다.

길 양옆으로 팔을 넓게 벌린 고사리가 밭을 이루고 있었다. 가는 내내 고사리가 반겨주었다. 4월에 다시 와야겠다며 신랑을 조르기도 했다.




푸른 바다와 바다가 부르는 철석거림, 맑은 공기와 새들의 노랫소리, 푸른 숲에 푸르름이 깃든 바람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신랑이 왜 섬을 좋아하는지 피부로 와닿는 시간이었다.

나도 섬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바다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추억이 더해져서일까? 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행복한 상상에도 젖어본다.


파도전망대에서 본 바다




전망대가 유독 많은 섬이었다. 보이는 곳이 온통 바다다.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의 바다였지만 그런 바다조차도 아름다웠다.

가는 곳곳마다 경치가 일품이었다. 혼자보기가 아까워 아낌없이 사진을 찍었다.

함께 못한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내주며 그때마다 다가오는 감동을 함께 나누었다.


출렁다리
이수도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이물섬전망대





사슴농장이 있다더니 구수한 향기도 가끔 코끝으로 날아왔다.



내려오는 길, 다 지고 없어진 마른 꽃들 사이에 꽃무릇 한송이가 아름다운 붉은빛으로 우리를 반겨줬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인사가 절로 나왔다.

"반겨줘서 고마워~~!!"

인사를 나눈 뒤, 경치에 빠져 걷고 걸었더니 어느새 출발했던 그곳으로 와있었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꿈을 꾸었던 것처럼 아쉬웠다. 아름다웠고 오묘했으며 달콤했다.

순식간에 끝난듯한 여행에 발걸음이 아쉬워 대합실 앞을 서성였다.


눈앞에서 배를 놓치고 다음 배를 기다렸는데 연휴라서 그런지 배가 자주 있었다.

빨리 오는 배가 야속하리만큼 떠나기 싫었다.

그런 내 맘을 눈치라도 챈 건지 다음 여행지는 '비진도'라는 신랑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섬에 다니다 보니 섬이 주는 힘이 있고 위로가 있다.

누군가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될 때가 있는 것처럼 섬도 나에겐 그랬다.

섬을 밟고 서있다는 것만으로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평범했던 모든 일상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섬여행은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해 주고, 또 다른 일상을 선물해 준다.

먼 훗날, 섬에 와서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도 꿈꿔본다.

또 아는가? 욕지도에 가서 고명환작가님을 마주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다음 여행을 기다리고 고대한다.

그때까지 하루하루를 열심히 또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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