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산더미인데 신랑이 그 산더미에 일을 보탰다. 항문이 막혔다며 저녁 내내 난리도 아니다.
"아침부터 그랬는데, 딱 걸려서 안 나온다. 태어나서 처음이다. 응급실이라도 갈까?" 30분 정도를 변기에 앉아 낑낑대다가 안 되겠는지 조급함과 걱정 서린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신랑에게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낯설었다. 우리 아이들도, 나도 변비 한번 걸린 적 없는데 이상한 광경에 나도 어찌할 줄을 몰랐다.
내 할 일 때문에 신랑의 아픔을 모른 체하기가 힘들었다. 얼른 동네 약국으로 내달렸다. 다행히 늦게까지 약국을 지키고 계셔서 관장약과 변비약을 사 올 수 있었다. 그 시간이 20분도 채 안된 것 같은데 집으로 오는 도중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해결했다. 약국 하더나? 일단 오너라."
신랑의 얼굴이 확실히 편해 보였다. "어찌 했드노?"
비닐장갑을 끼고 손가락으로 해결했는데 딱딱하고 굽어있던 변이 애법 길었다고 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다며 굉장히 궁금해했다. 나 또한 변비는 내 인생에 전혀 있지도, 관심도 없던 단어라 이런 상황과 마주하니 놀랍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편안히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는 신랑을 보니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온다. 항문이 막혀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변비 없이 지금까지 제 활동을 잘해주는 내 대장과 항문에게 괜스레 고마웠다.
변비로 고생하는 분들은 물을 많이 드시고 건강한 장활동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막히는 고통은 겪는 이나 지켜보는 이 모두가 힘든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