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점심시간은 유일하게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약 1시간은 자유시간이기에 이 시간은 무조건 독서를 하려 한다. 지난주는 유난히 수액을 맞는 환자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에도 수액 맞는 환자들을 케어해야 했고 간혹 개인적인 볼일과 병원의 잔잔한 일들로 내 시간을 많이 빼앗겨버렸다. 황금보다 귀한 내 독서시간이 사라져 버렸을 때는 속이 아리다 못해 쓰라렸다.
글쓰기에 한계가 느껴지는 요즘,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제자리에 멈춰서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정답이 독서라는 걸 알기에 더 해야 되는 걸 알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내 결심대로 되지 않을 때는 사냥하던 사자가 먹잇감을 놓친 것처럼 포효하게 된다.
내 계획이 틀어진 날은 진이 빠진 상태로 퇴근을 하게 되고 집에 와서도 밀린 집안일에, 가족들을 케어하다 보면 나는 완전 방전이 된다. 자기 전, 엎드린 자세로 책을 펼친 날은 어김없이 책을 베개로 쓴다. 이렇다 보니 독서 없이 글을 쓰는 게 맞나 고민하게 되고, 자책하게 되고, 작아지기 일쑤다.
주차장 차 안에서, 때론 화장실에서 틈새독서를 했지만 여전히 목이 마르다. 요즘은 sns도 자주 못하고, 유튜브도 몬 본다. 넷ㅇㅇㅇ로 보던 드라마도 못 본 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독서를 왜 이리 못하게 되어 마음이 무거워지는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독서를 못하게 되니 일에도 영향이 간다. 적은 시간을 독서에 투자하더라도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서 참 좋은데 점심시간을 날린 날은 괜스레 기운이 빠진다. 텐션을 올리긴 하지만 기운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내일, 드디어 주말이다.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독서에 전념하고 싶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무엇보다 책과 함께하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