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었어도 출근을 했고, 퇴근을 해서도 엄마모드로 변신해 쉴 새 없는 하루를 보냈다. 장보기, 욕실청소, 반찬 만들기, 반려동물들을 챙기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저녁을 평소보다 일찍 먹었다. 밥상을 거두고 뒷정리 마친 뒤, 동네산책을 1시간 가까이했다. 추위도 잊은 채 걷고 걸었다. 이 시간은 신랑과 조금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해 약속이 없으면 늘 함께하는 편이다. 시간을 일부러 내서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운데 함께 걸으며 대화까지 할 수 있어서 이 시간이 참 좋다. 가끔은 조용한 상태가 되어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 시간은 사유하기에 너무 좋은 시간이 된다. 걷고 오면 마음이 정화가 되는듯해 걷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글을 쓰는 나에겐 더없이 감사한 시간이다.
급격히 떨어진 온도가 겨울을 방불케 했다. 옷깃을 여미고 걸었어도 방에 들어오니 노곤해진다. 글쓰기에는 여유가 있다고 판단되어 책을 꺼내 읽었다. 3장 정도 읽었으려나? 눈꺼풀에 닻을 매단 느낌이다.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려니 안 된다. 책도 책이지만 글을 써야 했기에 이대로 잠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알람을 맞췄다. 그 후,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알람이 울린다. 30분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것처럼 개운한 느낌이다. 화장실을 다녀와 글을 쓰려고 앉았다. 휴대폰을 들고 작은 화면에서 나오는 빛에 의지해 글을 쓰려했다. 글을 쓰려고 준비하는 찰나, '나는 왜 이리 글을 쓰려하나?' 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알람까지 맞추고 쓰는 내가 대견했던 건지, 집착스러웠던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자판을 누른다. 그렇게 오늘도 글 한편을 만들어낸다.
일상 속에 참 많은 소재들이 숨어있다고는 하나, 나는 피곤에 절어 어떤 이야기를 그려나가야 될지 몰라 30분을 정지해 있었다. 몸은 정지해 있었지만 뇌는 쉴 새 없이 달렸고 굴렀다. 그렇게 얻어낸 소재가 글을 쓰기 위해 알람을 킨 이야기다.
마감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끝이 다다른 기분에 안도가 된다. '오늘도 썼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는 또 하나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