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피아노를 사달라고 했다.
집이 좁아 디지털피아노도 놓을 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카톡이 왔다.
접이식 피아노구매링크였다.
지난주, 원하고 바라던 컴퓨터를 사줬는데 또 뭘 사달라고 하냐고 핀잔을 주었다.
핀잔에도 아랑곳 않고 딸은 열변을 토한다.
"오빠는 비싼 옷도 막 사주면서 나는 십만 원도 안 하는 거 이제 하나 사달라는데......"
맞는 말이었다.
큰아이는 옷뿐만 아니라 신발, 자전거, 낚시용품등 원하는 건 거의 사줬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딸은 여름에 옷도 거의 사지 않았고 신발도 한 켤레로 지냈다.
생활복이 외출복이었으니 옷 살 일이 없었고 옷 욕심도 없었다.
그런 아이가 무언가를 바란 건 컴퓨터가 처음이었고, 피아노가 두 번째였다.
그 말에 아빠는 백기를 들었고 접이식 피아노를 사줬다.
어제부터 컴퓨터로 악보를 찾아 오카리나와 우쿠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컴퓨터를 사고 처음으로 유익하게 쓰는 것 같다며 아빠가 흐뭇해했다.
피아노를 사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빠가 말했다.
"피아노는 칠 줄 아나, 체르니는 칠 수 있나?"
내가 이어 대답했다.
"효수 피아노학원 어릴 때 다녀서 악보는 볼 줄 알걸? 나도 체르니 치다 말았는데, 아빠만 술 적게 드셨으면... 나 피아노 엄청 잘 치고 싶었거든."
"맞나? 그랬나? 장인어른 술만 한번 덜 드셨으면 니도 피아노 잘 쳤겠네"
"한 번만 덜 마시는 게 아니라 쭉 안 드셨음 피아노 계속 배웠겠지"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학원을 끊는 게 아쉬워 학원문을 바라보고 서있던 어린 날의 내가 보였다.
학교 앞 작은 냇가 건너편에 있던 다른 피아노학원의 피아노소리, 교회에 가면 피아노반주소리는 어린 시절 부러움이자 아픔이었고 애달픔이었다.
아이를 낳고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어 했던 적도 있었다.
집이랑 학원까지 거리는 최소 30분.
그마저도 욕심 같아서 접었던 날이 있었다.
아이가 쏘아 올린 피아노이야기가 내 어린 시절을 들쑤셔놨다.
나는 아팠지만 아이는 행복했으면 한다.
그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