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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Nov 14. 2023

찜닭 먹으러 안동을 가다-1

몇 주 전, 티브이에서 안동찜닭을 마주했다.
신랑이 안 좋아하니 딸을 위해 간혹 만들었던 음식이기도 하다.
"우리 나중에 찜닭 먹으러 안동 가까? 하회마을도 가보고."
"자기가 웬 찜닭?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찜닭을 좋아하지 않는 신랑이 찜닭을 먹으러 가자 하니 안 믿어졌다.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다.




그 말이 지난 일요일, 지켜졌다.
일요일 오전, 낮잠을 맛있게 자고 일어나더니 안동으로 가자던 신랑의 말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서둘러 씻고 집을 나섰다.
그때가 2시 40분경이었다.

"지금 가면 저녁 먹어야 하는데 일찍 가서 뭐 하게?"
"가서 시장도 구경하고,  일단 가자."

오전 내내 자전거라이딩을 하고 온 아들은 힘들다며 쉬고 싶어 했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놔두고 딸과 우리 부부만 나섰다.

"우리 형편이 많이 좋아졌나 보다. 닭 먹으러 안동까지 가고"
"그러게"
신랑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시간들이 영화필름 돌아가듯 하나씩 펼쳐졌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현실이 감격스러웠다.






안동시장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시린 바람이  옷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겨울이네 완전"
우리는 움츠린 채 일렬로 걸으며 구시장골목으로 들어섰다.
찜닭골목을 알리는 듯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러댔고 입맛을 다시게 했다.
5시도 안 됐는데 배고픔은 왜 느껴지는 건지.

서로 자신의 가게로 부르는 사장님들을 뒤로하고 맨 끝집, 발 닿는 곳으로 들어갔다.
찜닭을 시키고 미리 나온 치킨무를 열심히 먹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식욕을 돋우기엔 최고였다.

잠시 후, 마주한 찜닭은 눈에서 한번, 코에서 한번, 입에서 한 번, 감동을 안겨주었다.
딸은 찜닭국물에 밥을 비비고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살을 발라 올려먹는다.
"우리 딸, 먹을 줄 아네. 진짜 맛있게 먹네."
"그러게"
하하 호호 이야기를 하며 순식간에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찜닭을 먹고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섰다.
시장구경이나 해보자며 길을 걷다가 아들이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알사탕이 연상되는 시장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구경을 이어갔다.
시장을 빠져나오자 포항 남빈동 사거리 느낌이 물씬 났다. 포항 인가하는 착각까지 일었다.
분식거리도 있고 의외로 옷가게도 많았다.
시선을 이끄는 옷집이 있어서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그 집으로 들어갔다. 맘에 드는 옷들을 입어보기도 하고 서로 추천해 주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몰랐다.
앞으로 벌어질 황당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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