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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Nov 16. 2023

하늘에 별이 되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인데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아프다.





일주일 전, 어디서 나타났는지 불쑥 나타나 우리 가족이 된 후추.
어젯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손쓸 새가 없었다는 말이 맞을 만큼 아침에 무릎까지 뛰어오르던 아이가 밤이 되자 미세한 움직임도 없이 굳어가고 있었다.

후추가 기운 없이 야옹거린다는 딸의 톡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퇴근 후, 집에 갔을 땐 이미 옆으로 누워 가망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래턱이 약간 움직이는 정도였고 목소리도 나지 않았다.
급한 대로 주사기로 물을 주고,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고 싶어 약도 줬다.
주사기로 넣어주니 겨우 꼴깍 한 모금 넘긴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잔했던지 글을 쓰는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약을 주고 한참을 들여다봤다.
뭐라고 하려는지 아래턱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그때가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네 덕분에 행복했어, 고마워, 반가웠고 잘 가'라며 마지막인사를 건넸을 텐데.

후추에게 약을 주고 들어와 겨우 밥 한술 뜨고 치우는데 딸이 글썽이며 들어왔다.
"후추 죽은 거 같아, 안 움직여"
"아까도 그랬어. 턱은 움직이던데?"
"아니야, 진짜 안 움직여"

신랑도 함께 보고 왔는지 그런 거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신랑한테 유독 안기고 올라타던 아이라 신랑도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다.
명이 그것밖에 안 돼서 간 거라고, 좋은 데 가라고 빌어주자며 아빠는 우는 딸을 달랬다.




아이나 어른이나 이별 앞에선 늘 약해진다.
실컷 울더니 지쳐잠든 딸.
까만 발바닥이 귀엽다며 후추의 발을 아주 이뻐했다.
기상하자마자 늘 고양이들을 보러 갔는데 오늘 아침은 깨어서도 밖을 나가지 않는다.

이별...
아프고 힘들지만 일주일간 후추가 우리에게 준 사랑과 기쁨은 평생을 함께해 줄 거라 믿는다.
그 점에 고맙고 감사하다.
오늘밤 저 어딘가에서 별이 되어 우리와 함께해 주겠지?


후추가 보고 싶은 밤이면 하늘을 올려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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