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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별거인가

by 박현주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이다. 주말이라고 온전히 나를 위해 쉰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주말이면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보내고 싶지만 엄마이다 보니, 아내이다 보니 나보다 가족들이 늘 우선이었다.






내일은 일요일이지만 신랑이 일을 하게 됐다.

소속되어 있는 곳 말고 다른 곳에서 불러주셔서 일을 하러 가게 되었다.

7시까지 출근이고 4시 반이면 퇴근이라 했다.

주말 없이 일하는 신랑이 안쓰럽긴 하지만 내일은 맘 편히 이기적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조금은 설레었다.



나에겐 약 11시간이 주어진다.(출퇴근시간까지 다해서)

to do list 쪽지를 꺼내놓고 앉아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내일은 뭘 하지? 등산이나 갈까? 아님 자전거나 탈까? 바느질도 하고 싶고, 책도 마저 읽고 싶은데, 붓도 들고 싶고, 지인이라도 만나서 차 한잔 기울일까?'


오만가지 계획들이 순서 없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조금은 이기적이고 싶은 내일이다.


일단 오늘은 밤늦게까지라도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싶다. 내일 새벽이 힘들더라도 말이다.

시작하기도 전인데 상상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다.

행복이 별거 인가 싶다. 기분 좋은 상상만으로도 행복은 내 곁에 성큼 다가와있다.


마저 읽어야 될 책을 머리맡에 갖다 두었다. 글을 쓰고 나면 잠이 들 때까지 소소한 행복을 조금이라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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