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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한알의 행복

by 박현주

올해 첫 딸기를 먹었다.
친한 친구네가 딸기농사를 지어서 누구보다 빨리, 착한 가격에 맛볼 수가 있다.
내일 근무를 마치고 조카들을 보러 가려고 딸기를 사러 다녀왔다.
알 크고 좋은 것들로 담긴 딸기로 부탁했다.
조카들이 딸기를 비롯한 베리류를 무척 좋아해서 겨울이 다가오면 조카들이 생각나고 사주고 싶어 진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 괜스레 들뜨고 설렌다.
처음엔 낯을 가리지만 금세 안기고 미소를 지어준다. 그때만큼은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사랑스럽고 귀엽고 깨물어주고 싶다.
커갈수록 "큰엄마~~~"하고 뛰어올 일이 줄어들겠지만 늘 든든하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좋은 큰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나는 조카들에게 어떤 큰엄마일까?'
벌써부터 만날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친구네 집에 딸기를 받으러 갔더니 너무 익은걸 따로 선별해 뒀다며 불룩하게 담아놓은 1킬로 박스를 건넨다.

너무 익었다는 건 무른 게 아니라 공판장에 나가기에 너무 익었다는 뜻이라 딱 먹기 좋은 상태다.

두 손 무겁게 들고 오니 마음 가득 고마움이 가득 차인다.


집에 와서 제대로 보니 알도 굵고 심지어 맛도 좋다.

오자마자 딸기 한알을 집어 들어 코로 가져간 뒤 향을 즐긴다. 이내 입으로 가져가 한입 베어무니 달콤한 육즙이 입안에서 마구 퍼져나간다. 단내가 코에서 맴돈다. 딸기로 인해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신기하게도 딸기한알에 행복해지다니. 그러고 보면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거 같다. 늘 내 곁에 함께하는 그림자처럼 늘, 쭉 함께인 듯하다.


딸기를 한입 더 베물고 글을 쓰며 행복에 다시 한번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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