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by 박현주

큰아이가 아프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체험학습으로 볼링장을 다녀오고 점심엔 친구들과 피자뷔페에 갔다 왔다더니 밤 9시부터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구토에, 설사까지.

상비약을 먹였지만 차도가 없다.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새벽 4시가 다 되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위액까지 토하는 아이를 데리고 비닐봉지 하나를 챙긴 채 응급실로 향했다.






나는 지금 응급실밖 대기실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가끔 아이의 안위를 살피려 문틈새로 아이를 바라본다.


오늘은 고등학교 예비소집일인데, 잠 한숨 못 재운 게 미안해져 온다.

일하는 어미라 학교까지 데려다줄 수도 없고.

그저 미안한 생각들만 차오른다.

'낫겠지, 괜찮아지겠지'라며 안일했던 내 모습에 화가 날뿐이다.


아이들 키우며 응급실에 와본 적은 딸아이 팔 빠졌을 때가 전부였다. 아이가 못 잘 정도로 고생한 건 처음이라 응급실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피검사 결과를 말씀해 주시려 선생님이 오셨다.

다행히 괜찮다고 하셨다. 속이 울렁거려 눕지도 못하고 헥헥거리던 아이는 새근새근 잘도 잔다.

무지했던 엄마가 또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어느새 덩치는 나보다 커졌지만 아직까지 아기 같다. 응급실에 가자니 1초도 멈칫하지 않고 그러자던 아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수액 맞고 툭툭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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