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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Dec 09. 2023

생일엔 잡채지

내일이면 둘째 아이의 14번째 생일이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건 잡채와 찰밥, 미역국, 삼색나물이 전부다.

오래오래 건강히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옛날에는 국수면발처럼 길게, 오래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일날 국수를 먹었다며 도서관 회장님의 추억담을 들은 적이 있다.

국수를 해줄 수도 있지만 보다 특별한 날에만 먹는 잡채를 해주고 싶었다.

잡채를 20인분(당면 1 봉지)해 놓으면 하루 만에 동이 날 정도로 딸은 잡채를 좋아한다.

밥대신 잡채를 외칠 때도 있다.

쉽게, 자주 만드는 음식이 아니기에 한번 만들게 되면 딸은 끝장을 본다. 그런 아이를 보면 요리할 맛도 난다.


고기와 갖은 야채, 어묵까지 들어가면 침샘을 자극하는 잡채가 완성된다.


이번 잡채는 성공적이었다.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신랑이 맛있다며 칭찬을 해주다니 요리한 낙이 있었다.

오늘은 통닭이  있었으니 진짜 생일인 내일은 좋아하는 불고기까지 해줄 요량이다.



키도, 몸도 나만큼 훌쩍 커버린 딸을 보니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자라면서 입원 한번 한적 없고, 4살부터 깻잎에 삼겹살을 먹던 건강하고 식성 좋은 아이였다.

 동물을 사랑하고, 마음이 어질어 친구도 많은 아이다. 엄마인 내가 배울 것도 많고 마음씀씀이도 나보다 훨씬 훌륭한 아이다.

그런 아이가 내 딸이라니, 음식을 만드는 내내 감사기도가 새어 나왔다.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사랑 듬뿍 받는 아이로 자랐으면, 누구보다 행복하게,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저녁상을 차리고 나니 음식을 해줘서 고맙다는 아이.

괜스레 울컥해진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 먹고 건강하게 자라거라. 사랑해, 그리고 14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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