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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Dec 17. 2023

주말답게 보낸다는 것

어제 서울을 다녀온 뒤라 오늘만큼은 늘어지게 자고 싶었는데 주말만 되면 우리 가족들은 더욱 부지런해진다.
그 덕에 늘어지는 낮잠은커녕 새벽같이 밥을 차리고 어제 못다 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신랑은 걸레질까지 했다며 으스댔는데 발에 밟히는   부스러기들은 어찌 된 건지.

그럼에도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거실장위는 잡다한 것들이 가득 올라와있다.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가는 걸 보니 속이 후련하다.
내가 집청소를 하는 동안 신랑은 목욕탕에서 접이식 욕조를 펴 몸을 담그고 있었고, 아들은 며칠 전 걸린 장염에 회복도 덜 되었는데 동네 한 바퀴만 돌고 오겠노라며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딸은 자기 방에 들어가 최애 아이돌 노래에 흠뻑 빠져 있다.
각자 주말을 나름대로 즐기는 것 같은데 나는 청소를 하고 있으니 갑자기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깨끗한 집을 바라보니 좋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청소를 끝내니 오전이 훌쩍 지나가있었다. 나도 목욕하고 싶다며 욕조에 앉아 따뜻한 물을 즐겼다.
"아고~좋다!"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목욕을 하고 나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마치 완충된 휴대전화처럼 기운이 샘솟았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추위 따위는 겁나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목욕탕에 다녀와 바나나맛우유를 마시고 나면  때를  벗겨낸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힘을 얻곤 했다.
그랬던 모습이 지금에 와 오버랩되며 똑같은 기운이 넘쳐난다.

그래서 일가?
오늘부터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15년째 늘 제자리라는 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고 영어 관련 도서를 보았어도 행동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뼈저리게 반성되고 행동하지 않은 내 모습이 후회되었다.


주말을 맞아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했는데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
주말은 쉼을 즐기기보다, 평일보다 더욱 바빠서 내 시간을 갖는다는 건 욕심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욕심도 좀 부리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주말을 주말답게 보내는 건 도대체 어떤 것일까?'
쉼도, 욕심을 부리는 것도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쉬고 싶었지만 내가 느끼고, 선택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보상이었다 여기고 싶다.


이제는 나를 위한 욕심도 좀 부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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