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에서 보낸 크리스마스-2

by 박현주

'통리탄탄마크'라는 곳에 들어서니 티브이 속에서 보던 군트럭과 탱크가 보이고 그 뒤로는 병원으로 쓰이던 컨테이너박스와 헬리콥터가 보였다.
왼쪽으로는 본관 건물과 양 4마리가 있었고 그 뒤편으론 무너진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도 드라마에 나왔던 건물이었다.


우선 양먹이를 구입했다. 먹이를 좀 넉넉히 주고 싶었는데 한통뿐이라는 말에 아쉬웠지만 한통이 적지 않은 양이라 다행스럽다며 양들에게 먹이를 줬다.
서로 먹으려는 양들을 보니 애처로웠다. 잘 지내고 있겠지만 머리 박치기까지 하면서 서로서로 먹이를 먹으려 고군분투했다.
아이들은 양들에게 밥을 주는 기쁨을 맘껏 누렸다.



먹이체험을 하고 나서 헬기뒤편 굴 같은 곳으로 향했다.
미디어아트를 굴속에서 볼 수 있었다.
입장권을 구매할 때 40분 정도 소요된다 하셨고 굴에 들어갔다 나왔더니 700미터를 걸어서 다른 굴로 들어가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불빛, 그림, 노래에 취해 한참을 즐기며 걸었다. 반짝이는 불빛아래 바로 선 나는 감탄사를 연신 외쳐댔다.



가다 보니 바닥에 물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벽을 타면서 겨우 빠져나왔다.
처음엔 설정인가 싶다가, 심하다 싶더니 결국 딸 신발안으로 물이 침범했다.
화가 난 신랑은 매표소에 가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씩씩대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엄지발가락만 젖어서 괜찮다며 오히려 딸이 아빠를 다독였다.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온 우린 스키장 방면으로 일단 움직였다.
반일권(오후)을 매표하기 전까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우리 가족은 모두가 애정하는 콩나물국밥집으로 가기로 했다. 일 년에 두세 번은 태백을 방문해서 인지 이제 대충 길을 알 것 같다는 신랑이 우리 가족을 이끌었다.
뜨끈한 뚝배기에 담긴 콩나물국밥을 남김없이 먹고 나서야 기분 좋게 스키장으로 향 할 수 있었다.


아들은 타보고 싶다는 숏스키를 대여하고 신랑은 본인스키를 들고 스키장으로 향했다. 딸과 나는 스키장에서 슬픈 기억이 있었던 터라 대기하기로하고 신랑과 아들만 스키를 타기로 했다.
남자들은 몸을 풀기 위해 초급 슬로프로 향했고 처음 내려오는 것만 보고 나서 딸과 나는 차로 돌아왔다.
넷플릭스도 보다가, 글도 쓰다가, 들고 다니는 책도 몇 장 읽었다.
그러다 잠이 들어 졸기도 했고, 나름 내 시간을 알뜰하게 보냈다.
신랑이 2시간을 타더니 더는 못 타겠다며 차로 돌아왔고 아들은 지치는 기색 없이 열심을 다해 스키를 탔다.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선물해 주듯 눈발이 하염없이 날렸다. 이러다 눈이 쌓여 집으로 못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들이 잘 보이는 곳으로 차를 주차하고 아들이 슬로프를 내려오는 모습을 눈에 담고 또 담았다.
'이렇게 추운 대도 저리 신나고 즐거울까?' 차에서만 내려도 벌벌 떨리는 나는 그런 아들이 이해가 안 되었지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그렇게 슬로프를 4번 정도 더 타고 나서야 차로 돌아왔다.
눈발은 더 거세졌지만 다행히 많이 쌓이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무런 무리 없이 올 수 있었다.
아들이 기뻐하니 7시간 동안 운전했던 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가족이 함께 태백을 다녀왔고, 함께 추억을 만든 것이 기쁘고 감사할 뿐이다.

생각지도 못한 여행이라 더 즐거웠고, 이동하는 순간에도 대화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던 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2023년, 태백에서의 크리스마스,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잊을 수 없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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