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스쿨버스는 잘 탔는지, 친구는 많이 사귀었는지, 급식은 맛있었는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했다.
저녁밥을 먹는 내내 묻고 묻기를 쉬지 않았다.
고맙게도 귀찮아하는 거 없이 묻는 족족이 대답해 주었다.
궁금증이 한 풀 꺾이고 나니 그제야 딸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딸아이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오늘은 친구 사귀었어?"
"김 MJ라는 애가 있거든. 처음 보는 친구인데 이름도 물어봐주고 같이 이야기도 했어, 오늘 급식소에 가는데......"
재잘재잘 숨도 안 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떤 애들은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도 대답이 시큰둥하다는데 그거와 다르게 쫑알거리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저녁 밥상을 거두고 나서 글쓰기줌수업을 기다리며 손톱, 발톱을 자르고 있을 때였다.
딸아이가 옆으로 누운 채로 말을 걸어왔다.
"엄마, 1학년 4 반일 때가 좋았어. SA는 관악부라서 밥도 일찍 먹고, 그래서 같이 밥도 못 먹고"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는 더 없어?"
손가락을 접어가며 헤아리더니,
"5명이야. 있긴 있지, 그것보다 쉬는 시간에 예전 4반 아이들이 다른 교실에서 따로따로 나오는 걸 보면..."
말끝을 흐리더니 눈가가 촉촉해졌고 이내 붉어졌다. 코끝도 붉어지는 게 울 것만 같았다.
"울어?"
"왜 눈물이 나지?"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한참을 가리고 있더니 이내 콧물을 훔친다.
"슬펐어? 에고 슬프구나. 괜찮아, 괜찮아. 2학년 되어도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1학년때처럼."
내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건지,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보지만 자꾸만 솟아나는 눈물이 아이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엇이 아이를 슬프게 하는 것인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우정이 깊었던 모양이겠지. 의지하던 친구들이 다 흩어지니 외로웠던 모양이네.'
우는 아이를 겨우 달래 고나서야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아이 머리옆엔 휴지가 한 뭉치나 놓여있다. 눈물, 콧물 다 닦아냈나 보다. 슬픔도 걷어졌으려나.
울다가 잠든 아이를 보니 괜스레 마음한구석이 시려왔다.
'어찌해 줄 수 없는데, 새 학기가 되면 설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친했던 친구들과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 가슴 아프기도 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 모든 게 성장통일 텐데 잘 이겨냈으면, 잘 견뎌줬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다가 한참 동안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조금 더 단단해지길, 조금만 아파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