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콘서트티켓 사주면 안 돼? 자리 두 개가 남아있어." "언젠데? 누구? 얼만데?" "일본그룹 있잖아, 그리고 겨울방학 때라 상관없어. 12만 원이야." "헉, 너무 비싼데? 일단 아빤데 먼저 물어봐, 꼭 가고 싶어?"
중2인 딸아이가 난생처음으로 친구와 콘서트를 가고 싶다 했다. 가격이 사악했지만 너무 가고 싶어 하니 아빠의 허락을 받고 오면 사주겠다고 했다. 아빠는 니 용돈으로 가려면 갔다 오라고 했단다. 용돈을 받으면 3분의 2를 먹는데 다 쓰는 둘째가 고민에 빠졌다. 용돈을 당겨달라는 웃긴 소리를 하길래 일단 사주고 대책을 세우려 했다. 고민도 잠시, 수리 맡겨둔 차를 가지러 가야 된다고 신랑이 서두르는 바람에 티켓팅은 다녀와서 하기로 했다. 어제 티켓창이 열렸는데 매진이 아니었으니 다녀와서 티켓을 사도 될 거란 안일한 생각을 했다. 왕복 1시간 거리를 다녀와서 인터넷창을 연 둘째는 얼굴이 붉게 피어올랐다. "다 매진됐잖아." "진짜? 그럼 사고 가자고 해야지."
엎질러진 물이었다. 속상해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우는 모양이다. 나는 어쩌겠냐고, 취소하는 거 나오면 사주겠다고 위로 안 되는 위로를 건넸다. "속상했어? 괜찮아, 다음에 가면 되지." "몇 년 뒤에 할지 모른다고~~~~." "속상한 건 알겠지만 니 손에 안 들어오는 건 네 것이 아닌 거야, 그런 거 때문에 너무 상처받고 그러지 마, 그 돈으로 서울 가서 놀다 와. 그리고 취소하는 거 있을 수 있으니 계속 들어가봐바" 내 말을 들은 건지 아닌 건지 대답이 없다. 속이 타들어간다. 화도 났다가 미안하기도 하고. 오묘하다. 잠시 후 아이방에 가서 아이를 보니 울었는지 눈가가 붉다. 입도 힘껏 삐져나와있다. 어쩌겠는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데.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고 나 또한 배우게 된다. 아이와 함께 광클을 해가며 티켓팅을 도전했다가 안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좀 더 서두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이가 크면 육아난이도도 쉬워질 거라 생각했는데 결코 아니란 걸 시간이 흐르며 절실히 깨닫는다. 잠자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미안해, 공주야. 기쁨과 행복만 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 다음번엔 꼭 성공해 줄게. 내일은 꼭 웃어주길 바라. 잘 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