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얻어왔다. 진짜 달더라. 먹어봐" 포대자루에 복숭아가 잔뜩 들어있었다. 신랑이 아는 형님께 얻어온 것인데 기쁘게 받아 들었다가 복숭아를 보자마자 기쁨의 미소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이거 익은 거 맞나? 색깔이 와 일로?" 옆에 있던 딸이 한껏 거들었다. "아빠, 이거 안 익은 거 막 따온 거 같은데" 듣고만 있던 신랑이 입을 열었다. "그냥 먹어봐라, 먹어보고 얘기해라." 선뜻 먹기 꺼려졌지만 맛없으면 뱉지 싶어 빡빡 씻어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이거 뭐야? 이거 뭔데? 억수로 다네, 진짜 달다, 설탕물 주고 키웠나? 종자가 먼고? 신기하네, 맛 1도 없을 거 같은데, 진짜 대박이다. 수야~이거 먹어봐. 진짜 장난아이다." 의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온 딸은 조금만 달라는 부탁을 했다. 쌈무 두께로 복숭아를 조금만 잘라줬다. "엄마, 이거 진짜 맛있다. 더 주세요." "그자, 생긴 거랑 다르네, 여기 있다." 한 개를 잘라줬더니 게눈 감추듯 먹어버리는 딸이다. 혼자 먹기가 아쉬워 다음날, 병원식구들에게도 맛을 보였다. "어, 이거 뭐예요? 진짜 다네!!" "뭔데~이거 꿀 발랐나?" 모두가 처음 느끼는 당도에 깜짝 놀랐다. 다들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스테비아토마토가 아니라 스테비아복숭아 아니냐고 우스게소리도 했다. 종자도, 이름도 모르지만 겉모습을 보고 맛이 없을 거란 편견을 가졌다는 사실이 복숭아에게 미안했다. 이런 일을 한 번씩 경험하고 나면 외모로 절대 판단하지 않겠다는 내 신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편견은 안 되는 일인데. 혀에서 살살 녹아버리는 복숭아를 먹고 있으니 더 미안해진다. 달콤한 맛으로 입안을 가득 채운 복숭아를 우걱우걱 씹으며 다시는 외모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복숭아 종류가 정말 궁금하다. 또 먹을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