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5시 20분. 남편이 집에서 1시간 40분을 달려 칠곡이란 마을에 일을 하러 갔다. 보통 출근하는 시간과 같았지만 현장까지 가는 시간이 더 걸리는 먼 곳이었다. 한 공장에 나무와 잔디를 옮겨 심어주러 간다고 했다. 예전 공사에서 인연이 돼서 필요할 때마다 신랑을 불러주시는 분이다. 멀어도 인정받고 일하러 가는 길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으리라. 원래는 내일까지 해야 되는 일이라 그곳에서 하루를 묵고 일을 마치고 오려했으나 5시에 퇴근을 하니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집으로 온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넘고 하루종일 땡볕아래서 일을 하고 왔다 보니 녹초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때, 아이들이 먹고 싶다 했던 김밥을 말고 있었다. 신랑이 안 오는 줄 알고 준비했던 건데 오히려 신랑에게 별식이 되었다. 신랑은 밥을 먹자마자 냅다 누워버린다. 온몸이 혈액순환이 안 되는 거 같다고 끙끙대길래 어깨와 허리마사지를 해줬다. 여기까지는 거의 매일 하는 루틴 같은 일상이라 별스럽지 않았다. 가장으로서 늘 최선을 다해주는 신랑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내 방식 중 하나였으니까. 오늘은 유독 시리 팔이 아프다 했다. 일할 때 늘 몸 사리지 않고 일하는 걸 알기에 오늘도 그랬으리라 어림짐작했다. "오늘도 힘들게 했제? 좀 쉬엄쉬엄 하라니까." "쉬엄쉬엄 이 되나?" 일할 때만큼은 예민해지는 걸 알기 때문에 집에 와서 아프다고 하는 날이면 용을 쓰며 했구나 짐작하곤 한다. 대화를 주고받으며 팔을 주무르다가 손마사지를 하려는데 유독 굳은살이 눈에 들어온다. 한 번씩 손톱깎이로 잘라내더니 또 딱딱해져 있는 게 영 눈엣가시 같다. 굳은살을 만지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파온다. 이 일(포클레인)을 한지 어느덧 20년째, 군을 제대하고 포클레인을 하던 시아버님을 따라 시작한 일이 20년째다. 18년간 외지로 떠도느라 결혼을 해서도 같이 보낸 시간이 적어 늘 안쓰럽고 애가 쓰였는데 함께 지내게 되니 안 보이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게 되고 그러면서 나는 고마움과 미안함에 가슴만 미어진다. 내가 매일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한 나의 최선이자 애정표현법이다. 거실에 있는데 끙끙대는 신랑의 신음소리가 가슴을 후벼 판다. 오늘밤은 왠지 다른 날보다 더 길게 느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