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 요즘은 한결 차가워진 공기 때문인지 상쾌함은 배가된다. 어제도 자전거를 끌고 마을을 활보했다. 들판에 곡식도 조금씩 고개를 숙여가고 있고 밤, 감, 대추도 익어가는 게 보인다. 가을이 부쩍 가까이와 있음을 실감한다.
대추를 보면 늘 엄마생각이 난다. 엄마가 좋아하는 과실이기도 하고, 특히 빨갛게 익은 대추가 아닌 풋풋한 대추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푸릇함을 띄고 있는 대추를 보면 엄마가 떠오른다. 지금보다 조금 어렸던 시절,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가면 엄마가 유일하게 당신을 위해 샀던 게 대추였다. 샀는 자리에서 대추 한 알을 꺼내 옷에다 쓱쓱 문질러 입에 넣고 너무 맛있다며 오독오독 씹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저게 뭐가 맛있다고' 그 뒤로 대추만 보이면 엄마께 사다 드렸다. 좋아하실 모습을 상상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엄마를 찾아가곤 했다. 맛을 보고 살 수 없으니 실패할 때도 있었지만 달지 않은 대추일지라도 엄마는 맛있게 드셨다. 지금생각해 보면 그냥 대추자체를 좋아하셨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아침, 자전거를 타는데 유독 발길을 잡는 대추나무가 있었다. 알도 굵고 주렁주렁 달린 게 엄마께 전부 따다 드리고 싶은 욕심이 날 정도로 풍성한 나무였다. 엄마생각이 났다. 눈으로 한가득 담아보았다. 풋대추를 사들고 엄마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을 안은채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도 대추가, 엄마가 아른거렸다. 내 꿈 중 하나가 대추나무가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엄마께 선물하는 거다. 그 꿈이 속히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페달을 열심히 돌리며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선포하고 나면 더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까? 막연한 기다감에 설레고 행복해지는 일요일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