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근무 중에 조용한 때가 있었다. 대기실에 서서 티브이를 보는데 부추전, 미나리전이 나왔다. '전, 꼭 먹고 싶다. 조만간 먹고 말테야.' 다이어트를 한지 한 달이 훌쩍 넘었고 그사이에 간간히 고비는 있었지만 폭식도, 과식도 없이 식단조절을 잘하고 있었다. 그 맛있는 라면에도 눈길 한번 준 적 없으니 내가 봐도 좀 대단한 듯하다. 오늘은 냉장고 파먹기만 하다가 오랜만에 마트를 갔다. 둘러보는데 잎이 약간, 아주 약간 뜬 미나리가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때가 기회다 싶어 얼른 미나리 1 봉지를 챙겨 왔다. 약간 질겨 보이기도 했지만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미나리를 꺼내 씻고 먹기 좋게 잘랐다. 양재기에 넣어두고 부침가루를 찾는데 쌀가루봉투가 보인다. '어라? 쌀가루? 너 반갑다.' 앞도 뒤도 재지 않고 바로 봉투를 오픈했다. 미나리가 들어있는 양재기에 쌀가루를 부었다. 느낌은 완전 전분 같았다. 가볍지만 빳빳한 느낌이 나는 쌀가루를 붓고 물을 부었다. 쌀가루는 묻히는 정도로만 적게 부었고 거기에 맞춰 물을 조금씩 부었다. 미나리, 쌀가루, 물만으로 전 구울 준비를 끝냈다. 아보카도오일을 펜에 두르고 미나리 전을 굽기 시작했다. 전이 익어가는 고소한 내음과 미나리의 향긋함, 오일이 풍기는 기름내, 3박자가 맞으니 입안에 침이 절로 고인다. 전을 구우니 총 3 접시가 나왔다. 미나리 한 봉지가 주는 푸짐함에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밀가루 좋아하시는 시어머니 먼저 한 장 드리고 딸에게 한 장, 나머지 한 장은 퇴근할 신랑몫으로 남겨뒀다. 진짜 먹고 싶었는데 나누다 보니 내 입까지 올 게 없었다. 아쉬워하던 찰나, 딸이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입에다가 미나리 전을 넣어준다. "오~맛있네, 엄마도 먹어봐." 가장자리 부분이었을까? 바삭함에 이어 미나리전이 품고 있던 기름이 쭉 빠져나오면서 쌀가루의 고소함이 뒤섞이니 맛이 기가 막힌다. 한입이 아쉬워 한번만을 외치며 모이 받아먹는 새처럼 넙죽 받아먹었다. 신랑도 퇴근 후 먹어보더니 먹을만하단다. 먹을만하다는 건 최고의 칭찬이나 다름없기에 기뻤다. 신랑이 먹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온다. 두 입이 전부였지만 먹고 싶은 것을 먹었으니 성공이다. 게다가 맛있다는 칭찬까지 받았으니 오늘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듯 하긴 하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 미나리 전, 조만간 다시 한번 해 먹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