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링거를 맞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 엄마도 그런 분들 중 한 명인 줄 알았다. 레몬색 부리마스크를 거꾸로 끼고 오셨길래 바쁘셔서인 줄 알았다. 나중에야 알았다. 마스크를 제대로 낄 정신이 없었다는 걸.
"가슴이 답답하니더, 아 아파서 신경 쓴다고 그런가 머리도 아프고."
진료실에 와서 토해내듯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얼굴이 많이 상했다 싶었는데 한 달 전 따님을 가슴에 묻으셨다고 했다.
수액을 달아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엄마 눈가가 점점 붉어지고 눈물이 차오르더니 이내 흘러내린다. 당황한 나는 휴지를 꺼내 얼른 엄마께 드렸다.
"울지 마세요. 엄마 우는 거 따님도 원치 않으실 거예요. 이거 맞고 힘내셔야죠."
"맞아가 뭐하노, 아무 소용없다. 나나 데리고 가지, 뭐가 그리 급하다고 혼자 가노."
연세를 보니 딸이 젊을 거 같은데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밥맛이 없다고 하더니 살이 빠졌고 지인이 식사대접을 한대서 나갔다가 그 뒤로 토하고 설사를 하더니 보름 만에 엄마 곁을 떠났다고 했다.
멀리 있는 딸이라 자주 못 보기도 했고, 잘 보러 가지도 않는데 유독 딸에게 가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렇게 엄마를 보고 15일 만에 딸은 엄마 곁을 떠났다.
엄마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리까? 흐느끼며 우는 엄마를 보니 마음이 안절부절못해졌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엄마머리와 이마를 쓸어내리며 작은 위로를 건넸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저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뒤에 알게 됐지만 따님은 나와 불과 4살 차이었다. 가슴이 저려왔다.
'어쩌다 젊은 나이에'
또 한 번 경각심을 갖게 된다. 건강하다고 자부하지 말고 더 보살피고 돌봐야겠다고.
병원일을 하다 보니 급작스런 체중감소를 겪는 분들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었다. 당뇨나 갑상선, 암일 경우였다.
살이 급작스레 빠진다면 무조건 병원을 찾으시면 좋겠다. 그건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길이니까. 가족눈에 눈물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병원을 찾는 건 내게 남은 소중한 시간을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도 든다.
퇴근해서 추석에 쓸 차례장을 보고 와서도,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이 돼서도 그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한참을 먹먹했다.
'추석 내내 딸의 빈자리를 느끼며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실까?'
추석 내내 엄마의 마음이 고요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