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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Sep 22. 2024

빗길 고속도로 교통사고

"전화받을 수 있나? 나 사고 났어."
"에이 장난치지 말고"
"어허, 좀 있다 사진 보내주게."
"진짜가? 어디서? 안다칫나?"
토요일 오전근무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차에 앉았을 때였다. 신랑의 전화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처음엔 신랑의 목소리가 웃음끼, 장난기 잔뜩 뭍은 목소리라 장난인 줄 알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장난이 아니라 진짜였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사고가 났다고 했다. 부산에서 서울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1차선에서 달리던 차가 미끄러져서 신랑 앞으로 와서 서버렸고 신랑의 트럭은 피할 새도 없이 쿵  해버린 사고였다고.
3톤 장비까지 실어서 큰 사고로 연결될 뻔했는데 다행히 양쪽 다 인사사고 없이 차만 망가진 사고였다.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실감이 안 났다. 신랑이 무사한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신랑이 보내온 영상을 보니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큰 차여서 그렇지 작은 차였으면, 또 상대방 차가 빙빙 돌다가 사람 쪽으로 받쳤더라면 큰 사고가 날뻔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상대방차는 뒤편 유리가 하나도 없이 다 깨져버린 상태였다. 여자분이었다는데 그 망가진 차를 끌고 서울에 가야 한다고 떼를 썼다고 했다. 신랑은  보험회사에 연락해 수리를 맡기고 기차를 타라고 권했단다. 다행히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사고시간은 오전 9시가 안 된 시간이었다 했다. 비 오는 날이라 현장에 갖다 두러 가던 길에 사고가 났던 거였다.

"엥? 그리 일찍 사고 났다고?"

"니 일하는데 신경 쓰일까 봐 연락 안 했지."

고마우면서도 떨렸을 마음을 짐작해 보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오후 내내 신랑이 염려돼  괜찮냐는 질문을 백번도 더 한 것 같다. 다행히 괜찮다는 대답만 들려주는 신랑이 고마웠다.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신랑이 무사한 걸로 나는 감사할 뿐이다.





퇴근 후, 점심을 먹고 나니 딸아이가 새벽에 꾼 꿈 이야기를 했다.
"엄마, 어제 꿈에 앞 논에서 백호새끼 4~5마리랑 노는데 한 마리가 내 손가락(집게손가락 첫 번째 마디)을 꽉 물어서 따가웠어. 근데 그 호랑이줄무늬가 되게 선명했어. 그리고는 또 호랑이 귀엽다고 같이 놀았어."
어제저녁, 이 이야기를 신랑에게 전했더니 피식 웃는다.
"내 사고 날  꿈이었나베, 수야~~ 아빠 요단강 건널 뻔했다."
그렇게 웃으며 사고의 여파를 날려버렸다.
무사해줘서,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저녁을 맞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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