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가 막힌다 정말 -1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by 박현주

1월 23일, 새벽 3시 18분
우리 부부는 또 하나의 도장을 깨기 위해 강원도 철원으로 향했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고요함, 그 속을 조용히 헤집고 나와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도로마저 잠들어 있어서일까? 적막하기까지 한 도로를 깨우며 달리기 시작했다.

예고된 여행이었다. 설날 당일, 친정집에 갔다가 아이들을 맡겼고 다음날 새벽인 오늘, 우리는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로 향했다.
교대로 운전대를 잡으며 4시간 45분 후, 한탄강 주상절리길 순담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부지런하신 분들의 차가 예닐곱대정도 먼저와 있었다.
준비해 온 아침을 차 안에서 해결하고 9시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9시가 되자 매표소가 열리고 막혔던 주상절리길이 열렸다.


열린 문을 들어서는 순간, 겨울왕국에 발을 넣는 느낌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신비로운 풍경에 할 말을 잃었다.
기가 막힌 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입이 떡 벌어져 닫히질 않았고 눈에 들어오는 경치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절벽을 따라 이어진 다리 바닥에는 구멍이 송송 나있었다. 한 발자국씩 뗄 때마다 무섭기도 했고 , 아찔하기까지 했다. 엄청난 무게의 다리를 절벽에 만든 기술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끝내주는 절경에 넋을 잃고 구경하느라 시간이 어찌 흘렀나 모르겠다.
지도모양의 강줄기, 오직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 북한에서 흘러내려와 이곳을 거쳐 서해로 흘러간다는 강물, 철원평야에서 흘러내려와 만들어진 폭포등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과 감격이 끊이질 않았다.

"우리나라에 이쁜 곳이 이마이 있다."
"그러게, 나는 외국여행 하나도 안 부럽다"

잔도의 기술은 중국이 최고라고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술도 세계적 수준일 거라 자부한다.
"세상에~ 이걸 어찌 만들었을까?"
의문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잔도길은 두 번째지만 이번 잔도길은 단둘이 온 거라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엉거주춤 걸어오던 아이를 보니 친정에 두고 온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다. 겁 많은 우리 집 아이들은 입구부터 발을 못 떼었을 것 같은데, 아마도 저 아이와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란 생각에 피식 웃음도 났다.

흔들 다리는 겁 없는 나도 겁에 질리게 만들었고 강줄기마다 층층이, 겹겹이 쌓인 돌들과 어우러진 풍경은 멋지다 못해 웅장하기까지 했다.
스카이워크도 있었는데 얼음인지 성애인지 뿌옇게 보여 다가가기 무서워 되돌아왔다.

중간중간 서계신 직원어르신 덕분에 좋은 얘기도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서 계신 직원분께서는

"계단 90개 오른다고 힘들었지요? 이제 저 깔딱 고개만 넘으면 돼요. 계단 135개밖에 안 돼요. 미리 마음먹고 가라고."

아저씨의 도움 안 되는 친절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모든 직원분들이 친절하셔서 철원에 대한 기억이 따뜻하게 남을듯하다.



순담매표소에서 드르니매표소까지 3.6km 거리인데 왕복도 가능하고 입장권만 있으면 무료로 셔틀버스도 탈 수 있어서 편하고 편리했다.
(입장권의 50프로는 철원상품권으로 돌려주셔서 철원에서 돈처럼 쓸 수 있다는 것도 신박했다.)

재밌다, 좋다는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멋진 경치에 눈도 즐겁고 얼음사이로 흐르는 물소리에 귀도 즐거웠다. 어르신, 아이들도 함께 걷는 모습을 보니 '걷기가 좋은 운동으로 자리 잡았구나. 보기 좋다'의 감동에서 '여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많이들 오지?'궁금으로 끝나는 재밌고 호기심 넘치는 길이었다.


우리는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리뿐인 가베, 전세 냈네"
시간 되면 떠나는 셔틀버스 안에는 우리뿐이었다. '이런 경우도 있구나!'
놀라움 반, 신기함 반으로 버스를 타고 출발지로 향했다.

"물윗길 걸으려는데 어디서 내리면 되나요?"
"물윗길요? 저는 모르겠어요."

한탄강 물윗길 걷기가 한참이랬는데 기사 아저씨가 모르신다.
'엥? 모르신다고? 큰일 났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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