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윗길을 모르겠다는 기사님 말씀에 당황했지만, 순담계곡에서 부교를 보았다는 신랑의 말을 듣고 주차창부근에서 내렸다. 드르니매표소에서 출발해 첫 정거장이었다. 역시~ 신랑의 촉이 맞았다. 주차장 바로아래 물윗길입구가 있었다. 이곳도 주상절리길처럼 왕복가능한 구간이었다. 순담계곡부터 태봉대교까지 8km 구간이었는데 잘 찾아왔던 것이다. 신랑이 듬직하고 멋있어 보였다. 아직까지 콩깍지가 그대로 씌어있긴 있나 보다.
입장권팔찌 & 물윗길입구(배경이 주상절리 잔도길)
매표 후, 매표소옆으로 오라고 손짓하시는 분께 갔더니 팔찌를 채워주셨다. 놀이기구 탈 때 채워주는 팔찌랑 똑같았다. 처음엔 이 팔찌의 의미를 몰랐으나 이게 프리패스입장권임을 한참뒤에 알게 되었다. 팔찌 하나씩 차고 부교에 발을 내디뎠다. 처음 걸어보는 부교는 플라스틱통이 연결되어 있는 다리였는데 발을 움직일 때마다 꿀렁꿀렁 대서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부교를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신
한 아저씨께서는
"막걸리 한잔 거하게 걸치고 왔어요?"라고
웃으시며 짓궂은 질문도던지셨다.
걷다 보면 부교가 종종 나오는데 많이 얼어붙은 부교는 꿀렁대는 것 없이 탄탄했다. 이것도 정해진 기일까지만 다닐 수 있다고 하니 나는 운 좋은 사람, 복 받은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달은 값진 시간이었다.
입구부터 웅장했다. 거대한 돌과 바위들이 나를 온통 에워쌌다. 겨울왕국 2탄에 나오는 바위거인처럼 일어나 걷진 않을까? 란 생각에 무서워지기도 했다.
트레킹 코스답게 길도 정말 다양했다. 부교, 흙길, 자갈길, 진흙탕길, 바윗길등 다양한 길을 고루 맛볼 수 있었다.
순담계곡-고석정-은하수교-송대소-태봉대교로 조성된 코스를 걸어 나갔다.물론 반대로 시작해서 걸어와도 되고 중간부터 시작해도 된다.
각 코스마다 셔틀버스가 정차하기 때문에 걷다가 힘들면 중간에 그만두고 나갈 수 있어서 부담이 없어 좋았다.
가다가 뒤를 수시로 돌아보았다. 앞으로 보는 경치와 돌아서 보는 경치의 맛은 판연히 달랐다. "기가 막힌다" 우리가 가장 많이 뱉었던 말이다. 아름답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경이롭고 훌륭했다.
"여기 안와보고 죽는다면 너무 슬플 거 같아" "뒤 좀 봐 바. 이쁘긴 정말 이쁘네"
얼마나 걸었을까?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고석정을 바라만 보고 감흥만 즐겼다.
우리 둘 다'저곳까지 가는 건 무리야'라는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고석정을 지나니 사람들이 현저히 줄었다.
이다음 스폿이 엄청나다는 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저 멀리 다리가 보였다. 뒤쪽엔 무언가가 더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놀이동산부터 가보자는 신랑의 말에 옆길로 새었더니 억새가 장관이었다.
눈밭에 억새라니, 또 다른 세상에 온듯해 황홀했다. 안 들렸음어쩔뻔했나. 이 멋진 풍경을 놓쳤을 거란 생각에 아찔했다.
팔찌 덕분에 무료입장이 가능했고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랬다. 다 먹고 일어나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메고 나서는데 번데기가 눈에 딱 띄었다.
"그냥 가면 섭섭하지, 먹어줘야지~"
번데기를 좋아하는 우리는 번데기 한 컵으로 단백질도 보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길을 나섰다.
바위를 타 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비로운 광경이 눈앞에 다가왔고 이내 시선을 빼앗겼다.
얼음폭포의 위엄에 발길을 멈추었다.
아름답고, 멋지며, 신비롭고,거대했다.
동화 속 얼음나라로 들어온 게 맞다고 착각할뻔했다.
가면서도 뒤를 보게 하는 매력이 내 시선을 끌어당겼다.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곳에 끼어 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나는 갈길이 바빴기에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눈을 두는 곳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좋은 풍경을 나만 본다는 게 죄스러울 만큼 벅차고 행복했다.
가끔 뒤를 돌아보며 계속 걷고 걸었다.
앞에서 보던 경치와 뒤돌아보는 경치는 정말 다른 맛이었다. 무엇하나 버릴 수 없는 아까운 맛이었다.
은하수교 옆 주상절리
송대소
철원 9경 중 하나인 송대소는 태봉대교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관람지이다. 알록달록 물감을 짜놓은 듯한 지층색깔 때문에 주상절리 팔레트라고도 불린다 했다. 입을 다물 수 없는 절경에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
신랑도 나처럼 좋았던 게 분명했다. 통화 중이던 불알친구에게 영상전화로 돌려 송대소를 실컷 구경시켜 줬다.
혼자보기 아깝던 풍경이었기에 신랑의 마음이 십 분 이해됐다.
태봉대교
태봉대교가 눈앞에 보였다.
8km가 이리 짧게 느껴지기는 또 처음이다.
내일 일정만 없었으면 다시 되돌아가고 싶을 만큼 한탄강의 매력은 넘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왜 이제야 왔을까?'
신랑도 나도, 더 일찍 못 온 게 아쉬울 만큼 큰 감동을 주는 여행이었다.
태봉대교 쪽으로 올랐다.
다리 위에 무언가가 보이길래 신랑에게 물었다.
"여기 번지점프도 하는가?"
"무슨 번지점프고? 아이다."
그러더니
"어! 맞네~ 번지점프한다고 쓰여있네, 번지점프, 래프팅도 다하는가 보다"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레저를 이런 풍경에서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한탄강의 사계절이 문득 궁금해졌다. 계절마다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얼마나 뽐낼까? 어느 계절이든 강원도를 오게 되면 꼭 다시 찾아와 다양한 한탄강의 모습을 보고 말리라 다짐했다.
셔틀버스를 타려고 주차장 수신호 중인 분께 버스의 위치를 묻고 있는데 하나같이 다들 아랫길로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