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가 막힌다 정말 -3

직탕폭포&비둘기낭 폭포

by 박현주

"저거가? 저거 맞제?"


분명 폭포라 했는데 작았다. 작아도 너무 작았다.

'물이 떨어지는 거 보니 폭포는 맞네.'

거대하고 웅장한 폭포를 기대해서일까?


미니 한 길이의 폭포에 폭소했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 불린다는 직탕폭포인데 멀리서 보기엔 앙증맞아 보이고 귀엽기까지 했다.


가까이 가보니 작다고 웃은 게 미안했다.


여느 물줄기보다 강했고 시원했다. 뒤편엔 돌다리도 만들어져 있어서 폭포를 한껏 더 즐길 수 있었다.


'안 보고 갔으면 정말 섭섭할뻔했네'


시원한 물줄기를 눈으로 흠뻑 마시고 나서야 셔틀버스로 향 할 수 있었다.



차에 도착하니 새끼발가락이 약간 불편했다. 경치에 얼마나 빠져들었으면 발 아픈 줄도 모르고 그리 걸었을까?

고개를 내저으며 철원의 경치를 인정했던 순간이었다.


"애들도 없는데 빡시게 다녀볼까?"


신랑은 내비게이션에 다음 목적지를 입력했다.

'노동당사'


"셔틀버스 타고 오다 보니 이정표에 쓰여있더라고. 한번 가보자"


가는 길에 노동당사에 대해 신랑이 브리핑을 해주었다. 박학다식한 신랑은 모르는 게 없어 내가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까도 까도 나오는 매력 때문에 반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노동당사를 알아볼 수 있었다.


"어~저기 뮤직비디오에서 본 것 같은데? 서태지와 아이들 뮤비에서 나온 거 아니야?"


"그래, 하여가 찍었을걸"


"아니다, 발해를 꿈 꾸며다. 비둘기 나오고 그런다고"


서로가 아는 노래제목으로 설전을 벌였는데 검색해 보니 두곡 다 노동당사에서 뮤비를 찍었다.

쓸데없는 설전을 벌이느라 힘만 뺐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노동당사라는 이름만 들어도 북한삘이 느껴졌는데 6·25 전쟁 전까지 북한땅이었다니 뒷골이 오싹해져 왔다.


북한 조선노동당에서 직접 지은 러시아식 무철근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2 ~ 3층이 내려앉아 허물어진 탓에 골조만 남아 있었다. 아픈 역사 때문인지 남아있는 골조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이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1층 구조는 매우 협소해 1~2명이 사용하였거나 취조실로 사용했을 거란 이야기가 있다. 6·25 전쟁의 참화로 검게 그을린 건물의 앞뒤엔 포탄과 총탄 자국이 촘촘했고 쓰라린 역사의 잔상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 같았다.

남북분단의 아픔과 역사를 마주하다 보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노동당사 바로 건너편 쪽으로 사람들이 애법 보였고 모노레일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호기심 가득한 눈을 가지고 길을 건너갔더니 '철원 역사문화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근대적 시설들을 재연해 놓은 공간이었고 철원역과 영화관도 있었다.


철원역에서는 소이산 전망대로 가는 모노레일을 탈 수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매진이었다. 검색해 보니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매진이라는 글자를 보니 괜스레 아쉬웠다. 영화관에서는 20분간 무료영화관람도 할 수 있었는데 들어가 보니 이미 만석이었다.

한번 둘러보러 왔음에 만족하자고 나를 달랬다.


다시 노동당사 주차장.


내비게이션에 '비둘기낭'이 찍혔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많이 했던 곳이라고 이쪽으로 온 김에 들리자 했다.


철원상품권으로 밥을 먹으려 했는데 비둘기낭 가는 길에 식당이 안보였다. 상품권을 버릴 수는 없었기에 편의점으로 가서 주전부리할 간식들을 사서 길을 나섰다.


배가 고팠던지 딸기우유 한 모금에 어찌나 행복해지던지, 두모금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간식으로 위를 달래 가며 비둘기낭에 도착했다.


'비둘기낭은 도대체 뭐지?'


입구에 들어서니 촬영했던 드라마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라니 비둘기낭이 더욱 궁금해졌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눈이 녹아 질펀한 흙길을 가로질러 계속 걸어갔다.


'세상에'



에메랄드빛 물이 고인 폭포였다. 물이 얼어서 폭포는 볼 수 없었지만 숨은 명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폭포주위는 역시나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둘러져있었다.

수려한 경치는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했다.



"추노에서 본 것 같은데?"


"나는 안 봐서 모르겠다. 나는 사임당 봤는데 언제 나왔지?'


집에 가서 찾아보자는 말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내일 대관령에 가야 되니 일단 근처까지 가보자는 신랑의 말에 운전대를 잡았다.


'강원도가 이리 넓은가? 대관령까지 3시간이나 넘게 걸리다니.'


대관령까지 가면 너무 늦은 밤이 될 것 같다고 해서 춘천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쉼 없이 달린 우리는 북한강을 지나서 소양강을 끼고 춘천에 입성했다.


숙소를 잡고 춘천의 명물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닭갈비골목으로 갔는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오래간만에 먹어서인지, 닭갈비가 유명한 춘천에 와서 먹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입에 쫙쫙 달라붙는 게 맛이 끝내줬다. 온종일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가?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맛없는 막국수도 술술 들어갔다.


몇 년 전 춘천에서 먹었던 막국수는 맑은 국물에 양도 많아서 먹으면 사라지는 국수에 안타까움까지 느끼며 먹어서 참 맛있었다 기억되는데, 오늘 막국수는 별점 하나도 겨우 줄만한 맛이었다.

이번 막국수는 붉은 양념장이 들어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맛을 냈고 양 또한 적어 속이 상했다.



지난 시간을 끄집어내다 보니 그때는 아이들과 함께여서 더 맛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추억을 곱씹어서 더 고소하고 맛깔스럽다 느낀 건 아니었을까?

여러 생각으로 뒤범벅되는 식사시간이었다.


내일은 대관령으로 간다. 최강 한파가 닥친다는데 심히 걱정이다.

1박 2일의 일정이 무산되는 건 아닐까?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 계속됩니다. 다음 편 이야기가 강원도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