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오전근무만 하고 오는 날이라 아이들에게 별식을 차려준다. 먹고 싶은 게 있다 하면 우선적으로 준비해 주고 없으면 내 의사에 따라 식단이 바뀐다. 어느 날은 햄버거, 또 어떤 날은 통닭, 또 어떤 날은 오리고기를 찾는다.
어제는 아들이 집에 없어서 딸 하고만 별식을 즐겼다. 딸의 주문은 역시나 특별했다.
'물회'
중2인 딸은 식성이 나를 닮아 못 먹는 게 없다. 비가 오면 회를 먹는 게 아니라는 속설은 내 안중에 없었다.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딸이 원하는 게 먼저였다. 그렇게 2인분을 준비해 우리 둘은 맛있게 먹었다. 그때까지 좋았다. 5시경, 어제 지인이 사주신 샌드위치가 있어서 딸과 반씩 먹었는데 그게 문제였나 보다.
"엄마, 속이 안 좋아, 샌드위치 급하게 먹었나 봐."
"토해볼래?"
먹은걸 밖으로 빼내는 법이 없는 아인데, 속이 뚫린다는 부채표 약 한 병이면 낫는 아인데 어제는 구토를 3번 정도 했다. 구토물의 색상을 들어보니 물회가 문제였나 싶기도 하고, 괜스레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약을 먹이고 엄마손은 약속을 해대기 시작했다. 간간히 합곡혈자리도 눌러줬다. 오랜만에 스킨십이 참 좋았다. 간지럽다며 까르르 거리는 아이가 귀엽기도 했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새근새근 잠에 들었다. 과식이었나 싶기도 하고, 비 오는 날 회를 괜히 먹였나 싶기도 하고, 무엇이 문제였나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배를 문지르다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엄마손은 약손, 수야배는 똥배"
아이의 구토와 복통으로 추억이 소환되었다.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크길 바라본다.